일베·민주당원 복장 비난에 류호정 천편일률 국회 요구하나
MBC는 지난달 21일 “2003년의 백바지, 2020년의 청바지”란 리포트에서 2003년 4월 재보궐선거로 당선된 유시민 당시 국민개혁정당 의원이 의원선서를 하러 국회에 넥타이를 매지 않고 하얀바지를 입고 출석한 사건을 소환했다. 당시 한나라당(현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유 의원을 향해 “퇴장시키자”,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항의해 결국 그날 선서를 못했다.
이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청바지·반바지를 입고 국회에 출근한 모습과 비교했다. 류 의원은 크게 논란이 되지 않아서다.
이날 TV조선도 유 전 의원과 류 의원 복장을 비교하며 “그동안 국회 안팎에선 경직된 복장 문화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있지만 대부분 의원들은 여전히 정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류 의원 복장 관련해 (유시민 의원 때보다)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고 국회에서 의원이 편한 옷 좀 입으면 어떠냐는 인식이 더 강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이에 지난달 25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자신의 유튜브에서 “이미 청바지 3번, 반바지 2번 정도 입었다”며 뒤늦게 언론에서 주목한 점을 말하며 “‘이제 이렇게 입어도 아무도 개의치 않는구나’라는 변화를 캐치해서 뉴스로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섣부른 진단이었다.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장에 출석한 류 의원을 연합뉴스가 사진기사로 보도했다. 류 의원은 이날 붉은색 원피스를 입었다. 해당 기사에는 여성, 청년 등 그의 정체성을 공격하는 댓글이 달렸다. 혐오댓글은 정치성향을 가리지 않았다.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류 의원이 원피스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성적인 표현이 섞인 혐오댓글이 달렸다. 더 뜨거운 곳은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100만 당원 모임’ 그룹이었다. 해당 사진과 함께 여러 개의 게시물이 올라왔고 “술집이냐”, “패션쇼 하러 다니냐” “나이가 문제다” 등과 욕설댓글이 달렸다. 국회의원으로서 부적절한 복장이라는 단순 비판을 넘어 원피스를 입었다는 것만으로 성적대상화하거나 청년을 비하하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일베와 민주당원들이 합심하는 모양새다.
류 의원에 대한 공격은 처음이 아니다. 거울을 보는 모습을 사진기사를 보도하면 여성혐오 댓글이 달리고 일부 매체에서는 이를 썸네일로 사용하며 선정적으로 소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5일 포털사이트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는 ‘류호정’과 ‘정의당 류호정’이 1,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류 의원과 함께 과거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이 보라색 미니스커트를 입은 사진,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한복을 입은 사진 등이 함께 관심을 받았고, 해외 정치인이나 언론인들이 화려한 옷, 다소 노출이 있는 옷을 자연스럽게 입는 모습도 주목을 받고 있다.
류호정 의원은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일터에서 양복을 입는 직장이 얼마나 되겠나”라며 “화이트칼라 중에서도 일부일 정도로 소수다. 과거 IT업계에 있을 때도 정장을 입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입법노동자로서 일하러 가는 것이니 정장이 아닌 옷도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하는 모습이 다양한데 국회에 천편일률적인 모습을 요구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류 의원은 “(나의) 의정활동 전반에 대한 반응을 보여줘 한국 정치의 구태의연함과 여성청년이라 받게 되는 혐오에 대해 생각할 공론장이 열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고 했다.
온라인상에선 류 의원을 거세게 비난하고 있지만 정작 정치권에서는 유 전 의원 때와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다. 류 의원은 “정작 국회 내에서는 (동료 의원들과) 다들 인사만 잘하고 아무 일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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