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강진구 기자 인사위… 징계 반대 기자회견도
경향신문이 성범죄 보도 준칙을 위반한 기사를 편집국 승인 없이 노출한 강진구 기자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었다.
경향신문은 12일 오전 편집국 소속 강진구 기자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었다. 회부 사유는 강 기자가 △편집국 성범죄 보도 준칙을 위반한 점 △편집국 보고와 기사 승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출고한 점 △유튜브 등에 출연해 2차가해 및 구성원 명예훼손 발언을 지속한 점 등이다.
강 기자는 지난달 29일 새벽 화백 박재동씨의 강제추행‧성희롱 사건에 ‘가짜미투’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단독’을 달아 노출했다. 강 기자는 취재 보고나 편집국의 출고 승인을 거치지 않아 경향신문이 4시간여 뒤 기사를 삭제했다. 해당 기자는 유튜브와 SNS를 통해 기사 삭제를 비판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박재동씨 성폭력 피해자 측은 11일 밤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올려 기사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리인 하희봉 변호사는 “강진구 기자의 보도 행위와 삭제 뒤 SNS에 적은 발언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경향신문 징계위원회에서 적절한 조치를 내려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 변호사는 강 기자가 보도에 인용한 카카오톡 대화가 시간 순서를 뒤바꿔 마치 연속 대화처럼 보이도록 기재해 허위사실을 포함하고 있다고 했다.
하 변호사는 “대화 맥락이 제거됐고, 특정 내용은 박씨 상대로 한 말이 아닌데도 그런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고 했다. 하 변호사는 “(피해자인) 이아무개 작가가 강 기자에게 취재 과정에서 판결문을 제공했지만 강 기자는 법원이 박씨 주장에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 변호사는 강 기자가 카카오톡 대화를 인용 보도해 피해자 사생활을 침해했다고도 밝혔다. 해당 대화 기록은 피해자인 이 작가가 ‘미투’ 보도한 언론사 SBS와 박씨의 정정보도 소송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제출한 자료다.
이 작가는 법정에서 박씨 측의 ‘대화를 공유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듣고 자료를 제출했는데, 이것이 가해자 옹호 단체에 넘겨졌고 강 기자가 이들의 보도 자료를 받아쓰면서 유출됐다는 것이다.
하 변호사는 “법원에서 판단이 내려진 사안에 대한 가해자 측의 의혹 제기를 무분별하게 기사의 상당부분을 할애해 실었다. 피해자가 피해자답지 못하다며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했다”며 “경향신문 징계위에서 적절한 조치를 내려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씨 옹호 단체와 유튜버로 활동하는 김용민씨, 허재현 기자 등은 인사위가 열리기 직전인 이날 오전 9시30분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앞에서 경향신문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용민씨와 허재현 기자, 김민웅 경희대 교수가 참석했다. 주최 측이 26명, 참가자가 30명 참석했다.
발언자들은 1980년대 민주화 운동 역사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강 기자 보도를 비판한 경향신문 구성원을 권력집단에 비유했다. 김용민씨는 “말을 했다고 징계를 가하는 권력이 이승만에서 경향신문 후배로 바뀌어 강 기자를 압박하고 있다”며 “경향신문 기자 징계라는 극악한 권력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허재현 기자는 “동아투위 시절부터 탄압에 맞서서 후배 기자들만큼은 언론 자유를 만들어주겠다는 신념만으로 해고에 맞선 분들이 만든 게 한겨레신문이다. 경향신문은 한겨레를 보며 진보언론 그룹에 함께했다”며 “경향신문 구성원들이 강진구 기자에게 후배로서 예우와 마음의 빚을 갚아야 한다”고 했다.
강 기자는 이 자리에서 “경향신문 후배들을 변론하는 말을 하고 싶다. 우리 후배들 너무 미워하지 말아 달라”며 “후배들은 누구보다 휴머니티(인류애)와 저스티스(정의)에 충실한 기자들이다. 다만 휴머니티와 저스티스가 진실에 기초할 때 가능하다는 사실에 저와 견해가 달라 빚어진 일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후배들과 함께 토론하고 싶었는데 (인사위에서) 후배들이 보지 않는 가운데 이사 3명만을 상대로 이야기해야 하는 부분이 안타깝다”며 “경향신문을 너무 미워하지 말아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