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백서 수만 건의 조국 기사, 나치 시대 광기와 흡사
조국백서추진위원회가 공동 집필한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오마이북)이 지난 11일 나왔다. 부제는 ‘조국 사태로 본 정치검찰과 언론’이다. 560여 쪽 분량의 책은 △총론 △검란 △언란 △시민의힘 총 4부로 나뉘었으며 3부 부제는 ‘조국사태와 언론’이다. 3부 집필은 고일석 더브리핑 대표(전 중앙일보 기자)와 박지훈 데브퀘스트 대표가 맡았다.
김민웅 조국백서추진위원장은 발문에서 “조국을 방어하는 것은 검찰개혁의 중심을 잡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권력 카르텔화 된 언론 보도를 통해 ‘공정의 가치 훼손’ 담론에 몰두한 일부 진보세력들마저 조국 수호를 팬덤 정치 차원으로만 이해했다. 개혁전선을 분열시키는 전략에 휘말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3부 ‘언란’은 조국 보도 비평으로, 조국 보도를 가족 보도와 사모펀드 보도로 나눈 뒤 가족 보도를 다시 △위장매매 의혹 △위장전입 의혹 △입시비리 의혹 △공주대 체험활동 논문 관련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 의혹 △검찰발 단독으로 얼룩진 표창장 논란 △서울대 환경대학원 장학금 관련 △버닝썬 사건 연루 의혹 보도로 분류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2019년 9월11일자 방송모니터, 10월1일자 신문방송 모니터 전문도 담겼다.
책은 4부 프롤로그에서 “조국 사태는 레거시 미디어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대부분의 언론이 조국 전 장관과 그의 가족에 대해 검찰이 흘리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쓰며 사실 보도, 진실 보도를 외면했다. 이 과정에서 오보와 왜곡보도가 넘쳐났고 인권침해가 벌어졌다”고 주장했으며 “시민들은 미디어환경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하고 집단지성을 발현하며 더이상 검찰권력의 여론조작이 통하지 않으며 레거시 미디어가 의제설정을 독점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책은 ‘고양이뉴스’, ‘알리미 황희두’, ‘빨간아재’, ‘유시민의 알릴레오’ 등이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 싸웠다고 평가했고, 유튜브채널 ‘시사타파TV’ PD 인터뷰를 적지 않은 분량으로 싣기도 했다. “시민들은 댓글을 통해 한 명 한 명이 1인 미디어의 역할을 했다”며 언론 보도에 달린 댓글을 따로 추려 20페이지가량 할애하기도 했다. 책의 맨 뒷부분에는 2019년 8월9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부터 장관 임명, 의혹 제기, 검찰 수사, 장관 사퇴, 12월31일 불구속기소까지를 일지로 정리해 기록했다.
최민희 조국백서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책의 후기에서 “2019년 10월 중순 ‘다스뵈이다’에서 조국 백서가 공론화되면서 백서 제작을 추진하게 됐다”고 적었으며 “조국 전 장관의 동생과 5촌 조카에 대한 재판과 재판 관련 언론 보도에 대한 평가는 이번 백서에서 다루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최민희 집행위원장은 한겨레가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접대 의혹을 제기했다가 사과한 것과 KBS가 최근 검언유착 의혹 관련 보도와 관련해 사과한 것을 언급하며 “우리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조국 전 장관이 언론의 사과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최대권력이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씁쓸한 장면”이라고 적었다. 이어 “검찰과 언론이 손을 잡고 ‘선택적 정의’에 의기투합한다면 그 결과는 참혹할 것”이라고 했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책의 총론에서 “언론매체들은 스스로 짜놓은 ‘조국 개인의 부도덕성’ 또는 ‘강남좌파의 위선’이라는 인식 틀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며 “조국 장관 임명 문제와 관련해 한국 언론이 몇 개월에 걸쳐 쏟아낸 수만 건의 기사에 담긴 것은 광기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한 목소리로 (유대인의) 대량학살을 유도 또는 방조했던 나치 시대 독일 언론의 광기와도 흡사했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조 전 장관의 도덕성 논란에 대해 “한국 사회 상층 엘리트들 사이에서 작동하는 일반적 관행과 도덕성에 비추어 보면 대개 상식 범위 안에 있는 일이었다. 과거 장관 후보자들에게 제기된 병역 면제,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자녀 이중국적 문제 등과 비교하면 개인의 도덕성에 특별히 심각한 하자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 전 장관의 자녀 입시 문제와 관련해 그는 “대다수 언론매체는 대중적 분노를 자극하는데 열중했을 뿐 이 문제가 법무부 장관직을 수행하는 데 중대한 결격 사유인지 여부에 대해 분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조 전 장관 딸이 논문 제1 저자가 된 과정과 관련해 “학부모와 학생들은 학교가 만들어준 시스템과 관행 안에서 움직였다. 언론은 ‘계층별 연줄문화 작동방식’을 문제 삼지 않고 이를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치환해버렸다”고 주장했다.
전우용씨는 이어 “자녀 입시와 관련한 사건은 조국이 평소 지향해온 가치와 비교하면 부도덕하다는 비난을 받을 만하지만, 우리 사회의 평균적 욕망 실현 방식과 비교하면 특별히 부도덕하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자녀 교육에 가용자원의 최대치를 투자하는 것은 한국 학부모들에게 일종의 미덕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전씨는 지난해 조국 전 장관을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교했다. 그는 “검찰과 언론이 동조해 전직 대통령을 파렴치한 범죄자로 몰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것이 고작 10년 전 일이다. 상대가 다를 뿐 진행 과정은 그때와 다르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며 “조국이 장관 물망에 오른 직후부터 그 일가를 대상으로 한 검찰과 언론의 행위는 ‘정신 고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다”고 했다. 이어 “검찰의 일방적 주장을 사실로 단정하고 작성한 기사의 폐해는 이미 10여년 전 ‘논두렁 시계’ 보도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며 “기자들은 오래된 폐습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몇몇 뉴스 시사프로그램이 검철 주장과 반대되는 증언들을 소개했지만 극단적으로 기울어진 여론 지형을 바로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적으면서도 “그러나 시민들은 검찰 기소의 의도와 언론 보도의 편파성을 스스로 간파했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3부 에필로그에서 언론보도 관련 민사소송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과 일명 ‘오보방지법’을 ‘언란’에 맞설 해법으로 제시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을 통해 언론중재위원 구성을 변경, 일정 자격의 법관·변호사·보도부문 종사자를 각각 20%, 총 60% 구성하도록 의무화한 규정을 총 30% 이내로 수정하고 연령대별·직업별 다양성을 반영하자는 내용이다. 오보로 판명되면 원보도와 같은 크기의 정정보도 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책은 또한 “방송통신위원회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 한다면 그 원인은 법적 미비의 문제라기보다는 위원 구성과 운용의 문제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방통위를 위원회 구조가 아닌 독임제로 바꾸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라며 “방송통신산업 발전과 규제혁신 차원 논의가 필요하다”며 다소 뜬금없는 결론을 내기도 했다. 연합뉴스 관계법, 언론재단 개혁 등도 필요하다고 했으나 이것이 오보방지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나와 있지 않았다. 그러면서 다시금 “언론개혁의 완성은 시민의 힘”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