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탕 통합당 백서…출입기자들 총선패배 예상
미래통합당 출입기자들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통합당이 패배한 주요 원인으로 ‘중도층 지지 회복 부족’과 ‘막말 논란’을 꼽았다. 총선을 앞둔 통합당 출마자들이 긍정적 기대를 가졌던 것과 달리 출입기자들은 통합당 패배를 예견된 결과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당 백서제작특별위원회(위원장 정양석)는 14일 총선 출마자와 출입기자 설문조사 등을 반영한 ‘미래통합당 제21대 총선 백서’를 발간했다. “주요 독자인 국민의 눈에 더 맞는 당외 인사인 취재기자단의 (설문)결과를 기준으로 백서 총선 분석의 목차를 잡기로 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출입기자 전화조사(7월 9~10일 213명 접촉, 134명 응답)로 나타난 통합당의 총선 패배 요인은 △대선 이후 이어진 중도층 지지 회복 부족(38.1%) △선거 종반 막말 논란(38.1%) △최선의 공천 이루어지지 못함(29.9%) △중앙당 차원의 효과적인 전략 부재(29.1%) △탄핵에 대한 명확한 입장 부족(14.0%) △40대 이하 연령층의 외면(12.7%) △코로나19 방역 호평 대통령 긍정 평가 증가(9.7%) △강력한 대선 후보군 부재(6.7%) △국민을 움직일 공약의 부족(6.7%) △정부 여당의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5.2%) 순이다.
이는 통합당 총선 출마자들과 상반된 인식을 보였다. 출입기자들이 주요 패배 요인으로 꼽은 ‘막말 논란’에 대해 통합당 출마자들은 11.6%만이 총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출마자들이 주요 패배 요인으로 꼽은 ‘정부 여당의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을 출입기자들은 10개 항목 중 10번째 즉, 가장 영향을 적게 미친 사안이라 답했다.
인식의 괴리는 통합당 성적에 대한 전망에서도 드러났다. 출입기자 72.4%는 ‘통합당이 여당보다 많은 의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여당보다 의석을 더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는 기자는 27.6%에 그쳤다. 반면 통합당 출마자들은 ‘여당보다 많은 의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71.2%,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 28.8%로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
백서는 다만 “사례수가 적긴 하나 50세 이상 기자의 ‘많은 의석 획득’(60%)이 30~40대 기자(30%)나 20대 기자(10%)보다 많다”고 덧붙였다. 연령대가 높은 기자일 수록 통합당이 우세할 거라 생각하고 출마자들과 비슷한 인식을 보였다는 의미다.
통합당 공천 문제에 대해선 기자단과 총선 출마자들의 평가가 일치했다. 출입기자 72.4%, 출마자 80.8%가 공천 과정이 공정하거나 객관적이지 않았다고 답했다. 공천이 공정·객관적이었다는 응답은 출마자 19.2%, 기자단 27.6%에 불과하다. 특히 총선 출마자들 중에서는 당선(82.7%)과 낙선(79.8%) 여부 관계 없이 10명 중 약 8명이 공정성 문제에 공감했다.
백서는 관련 대목에서 “민주당은 정말로 소위 자기 세력 핵심들을 공천함으로써 결집 세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데 미래통합당은 영입 인재들이 1차 공천발표 명단에서 당선권에서 제외되고 그것을 언론이 제기하고 이런 파동을 겪으면서 오히려 패착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고 해석했다. “당대표의 종로 출마로 지도부 공백은 불가피해졌고 공관위가 인재영입의 권한까지 행사하다가 최고위와 충돌한 점은 정치적 조율의 부재라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고도 했다.
그러나 정작 문제의 책임소재나 극복 방향은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았다. 백서가 언론과 당 안팎에서 ‘맹탕’ 지적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백서제작특위 위원장이었던 정양석 의원도 언론에 “껄끄러운 당의 잘못된 관행이나 이런 것이 (노출)되려면 제3의 기관이나 언론이 취재해서 쓴다면 몰라도 당내 사정을 잘 아는 우리가 쓰기에는 한계가 많았다”(뉴시스 인터뷰)고 토로한 바 있다.
한편 통합당 백서는 설문조사와 별개로 일부 기자나 언론인 익명 의견을 추가로 전했다. 대전, 인천, 호남 지역방문 간담회 후기에 일부 의견을 녹이거나 기자 2명의 의견을 담은 ‘전문가 간담회 자료’를 내는 식이다. 앞서 정의당 혁신위원회는 온라인에서 무기명으로 받은 기자 의견 수십 건을 보고서로 공개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평가를 위한 공개 토론회에 성한용 한겨레 기자를 초청했다.
일례로 백서는 지난달 6일 대전시당 간담회에 참여한 ‘한 언론인’이 “김대중 정권 때 좌파시민사회단체를 육성했는데 30% 정도를 시민단체 출신으로 썼다. 노무현 때 그들이 주축이 됐고 일자리가 주어졌다. 이들 소수 좌파 핵심세력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주체가 됐다. 전교조 교육을 받은 20~30대 젊은 층을 어떻게 끌어들일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며, 이를 근거로 “재야·시민단체와 공조 필요성”을 제기했다. 대전, 인천, 호남 지역방문 간담회 후기가 이런 방식으로 작성됐다.
‘전문가 간담회 자료’에서 ‘중앙일간지 기자’는 “코로나19가 없었어도 통합당은 이번 총선에서 패했을 것”이라며 “선거 종반에 막말논란, 효과적인 전략 부진, 탄핵 당시 입장도 명확하지 못했으며 외부의 요인으로는 보수 중도의 진보화 같은 40대 이하 연령층의 외면이 강했다”고 분석했다. ‘국회 출입 기자’는 “영남과 중진의원을 대상으로 험지 출마를 이끌어낸 부분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잠시나마 통합당이 정말 달라질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면서도 “인천을 시작으로 다시 의문을 갖게 만들었는데, 연고가 없는 후보가 통합이라는 명분에 중점을 둔 당의 일방적 공천에 의해 지역민들과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내기보다는 문재인 대통령 비판하는데 몰두했다”고 지적했다.
통합당 백서제작특위는 지난 6월22일 구성돼 지난 13일 총선 백서 보도자료 배포 및 발표로 활동을 종료했다. 현역인 정양석 의원이 위원장,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부위원장을 맡았다. 위원으로 김병욱 의원, 함경우 통합당 조직부총장, 이창수 전 충남천안시병 후보자, 신계용 전 경기의왕시과천시 후보자, 장동혁 전 대전유성구갑 후보자, 황교원 전 전남목포시 후보자, 여명 전 자유한국당 혁신위원,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 박경은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 부본부장, 천영식 전 KBS 이사, 허진재 한국갤럽 여론분석실 이사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