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채널 예능 출연자·스태프 전원, 임금 미지급에 기약없는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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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채널 예능 출연자·스태프 전원, 임금 미지급에 기약없는 분노

케이블 PP사(방송채널사업자) 한국낚시채널 FTV가 방영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스태프 임금 미지급 사태가 발생했다. 짧게는 4개월, 길게는 1년 이상 체불됐으나 스태프 대부분이 프리랜서·개인사업자로 분류돼 마땅한 구제수단 없이 울상만 짓고 있다. 

FTV에서 방영된 버라이어티 예능 ‘뻥꽝’(제작사 용미디어) 제작진 30여명은 현재까지 총 1억2000만원 이상 임금을 받지 못했다. 연기자 20여명을 포함해 편집·연출·음향·촬영 등 스태프들과 작가까지 제작진 전원이 피해자다. 뻥꽝은 지난해 5월부터 1년 간 매주 토요일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이다. 

체불은 프로그램 방영 초기부터 시작됐다. 회당 100만원 가량 출연료가 책정된 주연 배우 A씨는 23회 중 1~7회차 출연료만 받았다. 이 출연료마저 1회가 방영된 지 5달 후인 10월경 지급됐다. 이후 찍은 16회분 출연료 약 1600만원 가량이 지금까지 체불됐다.

▲지난 5월까지 1년 동안 매주 토요일 방영됐던 FTV ▲지난 5월까지 1년 동안 매주 토요일 방영됐던 FTV '뻥꽝' 갈무리.
▲지난 5월까지 1년 동안 매주 토요일 방영됐던 FTV ▲지난 5월까지 1년 동안 매주 토요일 방영됐던 FTV '뻥꽝' 갈무리.

다른 배우들 사정도 마찬가지다. 뻥꽝의 스태프 B씨는 “주연배우 한 명은 1300만원 출연료가 체불됐고, 또 다른 배우는 800만원이 미지급됐다”고 전했다. 회당 30만원을 받은 조연 배우들도 출연료를 받지 못했다. 총 16회였던 ‘시즌1’ 출연자 C씨의 체불 출연료는 200만원 가량. 16회 중 마지막 6회분 출연료를 받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초 시즌1 방영이 끝난 지는 8개월이 넘었다. 

다른 스태프들 상황은 더 심각하다. 시즌2(16회분)를 집필한 작가는 14회분 임금 2000여만원을 받지 못했다. 촬영팀은 8회분인 약 1800만원이 체불됐다. 음향팀에 체불된 금액도 1000여만원이다. B씨는 “편집 감독도 수백만원 상당 급여가 밀렸고, 연출도 약속된 금액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들은 고용노동청, 콘텐츠진흥원, 예술인복지재단 등을 통해 문제 해결을 시도했으나 방법을 찾지 못했다. 스태프·연기자 대부분이 계약서를 쓰지 않거나 일부는 도급 계약을 했다. 한 스태프는 고용노동청에 임금체불 진정서를 냈으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어 사건을 처리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스태프 D씨는 “콘텐츠진흥원과 예술인복지재단 등에 민원을 넣었지만 기관이 제작사에 질의를 한 번 더 하는 수준이지 돈을 내게끔 강제력을 행사하는 방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법원에 지급명령 등을 신청하는 방법도 있지만 법률 서비스 비용이 적지 않고 시간도 들어 법적 수단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 피해 스태프들이 더 많다. 

이들은 임금·출연료 지급 보증 등 보호장치에서도 배제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3년과 2019년 방송계 외주제작 불공정 관행 개선의 일환으로 방송사, 제작사, 스태프 등에 적용되는 표준계약서를 마련했다. 여기엔 배우, 스태프들의 임금 체불을 방지하기 위해 방송사가 제작사 등에 지급보증보험 가입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실제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는 '출연료 지급보증보험' 제도를 활용한다. 출연료가 체불되면 보증 한도 내에서 지급하고, 방송사는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 ‘출연료 완납증’을 발행해야 제작비 잔금을 제작사에 지급한다.

그러나 대다수 케이블 PP사는 지급보증제도를 활용하고 있지 않다. FTV 관계자도 “뻥꽝 제작사와 계약서 자체를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FTV 관계자는 “(임금 체불은) 제작사 소관”이라면서 “일부 스태프가 임금 체불을 알리고 방영 중단과 VOD 서비스 중단을 요구해 중단 조치했다. 사태 해결을 위해 제작사 대표에 연락도 시도 중이다”라고 밝혔다.

▲ⓒgettyimagesbank▲ⓒgettyimagesbank

사태 배경엔 PP사의 방만한 편성·관리 책임도 있다. 방송 외주제작 시장엔 제작사가 제작비를 방송사로부터 받지 않고 광고 등으로 알아서 조달해 납품하는 관행이 퍼져 있다. 과열 경쟁 속에서 입지를 다지려는 소규모 제작사들은 방송사에 되레 송출료까지 주면서 프로그램을 납품한다. 이 과정에서 PP사가 제대로 된 심사 없이 부실 제작사와 계약해 스태프들 임금 체불 문제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뻥꽝 제작사 사업자등록증을 보면 업태는 소매업·서비스고, 업종엔 농수산물 전자상거래업이 같이 등록돼있다. 제작사측은 제작비도 자체 조달해 송출 때마다 FTV에 일정 금액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주우 한국방송연기가노조 사무국장은 1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배우, 스태프들은 제작사도 믿지만, 방송사 편성을 보고 ‘설마 돈 떼이겠어’라며 믿고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며 “1차적으로 편성권을 쥔 PP사에게도 책임이 있다. 작은 제작사들이 실적을 쌓으려고 무리하게 제작하다가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재무 건전성 등을 살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문아무개 제작사 대표는 1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원과 광고로 제작비를 마련했는데, 제작 지원금 부분이 지난해 12월부터 줄었고 예상외 부분에서 제작비 지출이 심각하게 늘어나 문제가 생겼다”며 “도피·회피 의도는 전혀 없고, 30여명에 한꺼번에 정산하기 위해 자금을 마련 중이다. 최대한 빨리 해결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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