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면에 사설 배치해 방역방해 강력 비판한 한국일보
한국일보가 이례적으로 1면에 사설을 실었다. 제목은 “방역 방해 좌시할 때 공동체 안전 흔들린다”이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집회 등을 계기로 코로나19 감염세가 전국으로 번졌지만 일부 교인들이 방역에 맞서고 있어 방역당국에 강력대응을 주문한 사설이다.
22일 8개 전국단위 아침 종합일간지는 모두 코로나19 재확산 사태에 주목했다. 감염세가 수도권 이외 지역으로 번지면서 전국 확산 우려가 커졌다며, 확산세가 주말에도 꺾이지 않으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상향될 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한국일보는 위 사설에서 “상황이 엄중한데도 관련자까지 포함해 이미 600명 넘는 확진자가 나온 사랑제일교회는 검사는 물론 확진 판정 후 병원 이송이나 입원 거부 등으로 방역에 맞선다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보건소 코로나 검사를 정치 탄압으로 받아들이는가 하면 지자체에 허위 정보가 섞인 교인 명단을 제출했다고 한다”며 방역 방해 행위를 비판했다.
이어 “확진으로 병원 이송 직전 자취를 감추는 교인이 있는가 하면 격리병상 입원 중 도망쳐 붙잡혀 온 신도도 나왔다”며 “정부에서 손해배상 등 적극적인 구상권 행사에 나서겠다며 압박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300명은 넘어선 건 올 3월 이후 5개월 만이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14일 100명을 넘어서 16일 200명대로 폭증했으며, 21일 0시 기준 324명으로 늘었다.
중증환자도 증가세고 비수도권 집단 감염도 발생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1일 중환자수는 18명으로 12일 대비 6명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누적 사망자는 309명(치명률 1.85%)이다. 광주 상무지구의 유흥시설에선 24명이, 강원 원주 체육시설에서 10명이 집단 감염됐다.
한국 “강력 대응” vs 조선 “코로나 정치하는 당정청”
정부가 방역 방해 행위에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선 가운데, 조선일보는 이를 “코로나 정치 몰아치는 당정청”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서울 방역 강화 긴급 점검회의에서 “공권력이 살아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꼭 보여주기 바란다”며 “역학조사 등을 방해하는 행위에 감염병예방법뿐 아니라 공무집행방해나 형사 범죄를 적용해 단호하게 대응하라. 필요한 경우 현행범 체포나 구속영장 청구 등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도 이날 저녁께부터 방역당국 역학조사와 방역에 비협조적이었던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 경찰관 50여명을 보내 교인 명단, 광복절 집회 참가자 명단 등을 수색했다.
조선일보는 이에 ”정부·여당이 지지율 하락세를 만회하기 위해 코로나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모든 책임을 교회와 야당 탓으로 돌리려 한다“는 야권 반응을 강조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방역 준칙을 정부 스스로 허문 결과가 코로나를 다시 번창하게 만든 요인“이라며 ”코로나 재확산에 당황해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집합 행사도 대거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되거나 취소됐다. 집체교육이 이뤄지는 예비군 훈련은 ‘인터넷 원격교육’으로 대체된다. 예비군 창설 52년 만의 최초다. 대법원은 부장판사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전주지법에 오는 24일부터 최소 2주간 휴정을 권고했다.
결혼식도 위약금 없이 최대 6개월까지 연기가 가능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예식업중앙회가 공정위 요청을 받아들여 위약금 없이 결혼식을 최대 6개월까지 연기를 가능케 하고, 최소 보증인원을 조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공정위는 예식업중앙회에 속하지 않은 비회원 업체들에도 공정위 요청사항을 시행해 줄 것을 권고했다“며 ”예식업중앙회 회원사는 전체 예식업체들의 30% 수준으로 중앙회에 가입하지 않은 예식업체가 더 많다“고 전했다.
‘생명 위협’ ‘대란’ 이미지만 부각된 의사 파업
21일 전국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무기한 집단 휴진에 돌입했다. 2000년 의약 분업 사태 후 20여년 만이다. 인턴과 4년 차 레지던트가 참여했다. 22일부턴 3년차 레지던트가, 23일에는 1·2년차 레지던트까지 대상이 확대된다. 이후 전임의(펠로), 봉직의(페이닥터) 등도 파업에 나선다.
22일 8개 종합지 보도 헤드라인 대부분에 ‘대란’ ‘불편’ ‘의료 공백’ 등이 달렸다. ”환자는 어쩌라고… 전공의 파업 첫날 더 격해진 醫-政“(동아일보), ”전공의 끝내 무기한 파업 강행 … 의료 공백 불가피“(세계일보), ”24일 전임의·26일 개원의 동참땐 ‘의료공백’ 현실화“(한겨레) 등이다.
의료계는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육성 등을 반대하며 ‘정부가 추진 정책을 철회한 후 재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김형철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은 경향신문에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정책 추진을 미루자고 제안했으나 정부가 수용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은 초기부터 파업 명분을 비판했다. 정부 정책의 구체적 내용이나 추진 과정 문제는 별도로 살펴볼 문제이지만 의사 수 증원 자체를 반대하는 명분은 공익에 반한단 지적이다. 서울신문은 14일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04명으로 OECD 3.48명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지방에서는 1명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또한 강경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했음에도 전면 철회를 요구하며 집단행동을 결정한 점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나아가 업무(진료)개시 명령, 의사면허 취소 등 법적 수단을 거론하며 의료계를 압박했다.
의료계는 정책 철회를 파업 중단 조건으로, 정부는 파업 철회를 정책 유보 조건으로 내걸며 평행선을 달린다.
대부분 언론이 파업으로 인한 의료진 공백 문제를 조명한 가운데, 경향신문은 “의사단체는 물론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는 정부를 모두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가 사전 논의 없이 추진한 정책을 잠시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경향신문에 말했다. 경향신문은 “의사 수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고 지금 파업은 부당한 진료 거부이지만 당장 동원할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조차 정부가 ‘여론전’을 하면서 의료계를 설득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는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평가를 인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