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장학금 없애고 특별장학금 눈 가리고 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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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장학금 없애고 특별장학금 눈 가리고 아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강의가 시행되면서 대학과 학생 내 등록금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일부 대학은 특별장학금 지급을 약속하기도 했지만 성적장학금이 폐지·축소되면서 바꿔치기 장학금이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됐다. .

전국대학생네트워크(전대넷)은 대학생 소송인단 3362명과 함께 전국 42개 대학을 상대로 등록금 반환·감면 소송을 진행했다. 학생들이 등록금 반환·감면을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대면 강의로 인해 침해된 학습권 보장이다. 전대넷은 "지난 5개월 동안 대학과 교육부에 등록금 반환과 학습권 침애에 응답할 것을 요구했지만 불통과 외면으로 일관해 최후의 구제 수단인 소송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8월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하반기 대학가 대책 마련 촉구 및 등록금 반환소송 취하 강요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페이스북 캡처▲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8월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하반기 대학가 대책 마련 촉구 및 등록금 반환소송 취하 강요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페이스북 캡처

학기 시작 전부터 불거진 등록금 갈등이 종강 후까지 해결되지 못하고 소송으로 번졌다. 이를 해결하고자 지난달 초 정부가 나서 대학에 긴급 예산 1000억 원을 지원하는 등 상황을 진정시키려 시도했지만 그마저도 인당 5만 원이 채 되지 않아 학생들의 기대에는 미치기 힘든 금액이다.

전대넷 소송 당시 학생들이 먼저 요구한 반환 금액은 최소 4분의 1, 평균 59%이었다. 또한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대학생 2,903명에게 2학기 등록금 금액에 대한 의견을 묻자 92.7%가 ‘감액’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원하는 감액 수준으로는 ‘21~30%(29.8%)’, ‘31~50%(28.6%)’가 근소한 차이로 1,2위를 다퉜다. 국·사립대 비교 대학별로는 ‘사립대’ 학생이 94.7%로 가장 높은 비율로 감액을 주장했으며, 국립대(87.4%)와 공립대(83.3%) 학생 역시 대다수가 등록금 감면을 원했다.

이후 건국대를 시작으로 몇몇의 대학이 등록금을 특별장학금 혹은 감면 등의 형태로 반환하겠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현재 대학들의 평균 반환 액은 등록금의 10% 내외이거나 10~20만원 선으로 학생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이마저도 성적장학금을 폐지·축소하는 대학들이 발견되면서 본래 학생에게 돌아가던 재원을 축소해 특별장학금인 척, 조삼모사식 지급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동국대, 순천향대 등은 총학생회와의 논의 후 등록금 반환과 성적장학금을 모두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학생들은 본래 학생에게 지원되던 재원이 아닌 다른 부분의 재원을 아껴 등록금 반환을 진행하는 것이 알맞기 때문에 등록금 반환과 성적장학금 지급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견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한국외대 등 일부 학교들은 학생과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외대생은 “특별 장학금 지급이라는 명목으로 등록금 반환을 다른 말로 포장한 것 같은데 그런 금액으로 학생들의 반발심에 영향을 미치고자 함이 느껴져 화가 많이 났다. (반환 금액이) 전혀 적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성적장학금 축소에 대해서도 “또 다른 피해 유발”이라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디어오늘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외대는 학생들의 부정적 의견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현재로는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 공지사항의 총장님 서신을 확인해 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성적장학금을 폐지·축소한 대학들의 입장은 비슷하다. 코로나19 방침에 따라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넘어가는 등 성적 비율이 달라져 성적장학금의 기준이 모호해 폐지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 인프라 구축 비용과 등록 인원 감소로 재정 여건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본래 학생에게 돌아갈 재원이 축소된다면 결과적으로 특별장학금의 의미는 사라지게 되고 온전하게 등록금을 반환해 주었다고 보기 어렵다.

성적장학금을 폐지한 남서울대는 미디어오늘과의 전화 통화에서 “절대평가로 시행을 했기 때문에 절반 이상이 a가 나와 성적을 순위를 매겨서 결정하기 어렵다”며 “성적장학금 폐지 설문조사를 시행했을 때도 거의 반반 수준이었다. 총학생회와 6차례 공식적인 만남 후 논의 끝에 성적장학금 정상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걸 가지고 지난 학기의 등록금의 납부액의 12%를 특별 장학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등록금을 반환해 주는 것이라고 하지만 폐지된 성적장학금 구멍을 메꾸는 역할밖에 되지 않는 상황이다.

등록금 반환 소송도 만만치 않다. 전대넷에 의하면 반환소송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취하를 강요하거나 압박을 준 피해 사례들도 제보되고 있다고 알려졌다. 7월 중순부터 등록금 반환소송과 관련해 학교 본부 차원에서 학생에게 직접 연락해 소송 취하를 요구하거나, 협박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소송에 참여한 학생의 경우 특별 장학금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공지한 경북대, 남서울대 등이 등록금 반환 소송 취하 강요 문제가 논란이 됐다. 이중 남서울대는 "원래를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 주는 것은 맞을 것이다. 처음 검토를 했는데 학생들 민원도 있고, 학생들이 재학 상태인 것을 감안해서 특별장학금을 정상적으로 다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해서 재공지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2학기 대학 등록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2학기 휴학을 고민 중(25.7%)이거나 확정(16.8%)한 응답자는 전체의 42.5%였으며, 그 이유로는 ‘수업의 질 하락(37.9%, 복수응답)’과 ‘등록금 금액에 대한 불만(28.1%)’이 1,2위를 차지했다. 2학기를 등록할 것이라고 밝힌 56.4%의 대학생 중에서도 ‘학점ㆍ졸업 시기 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등록을 한다는 답변이 75.9%(복수응답)에 달했다.

한림대, 한동대 등 일부 대학에선 등록금 반환 관련 공지가 없어 불안감이 심화되고 있다. 한림대생은 “도대체 왜 정확하게 결정되지 않고 애매모호하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답변을 택한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등록금 반환을 또 요청할까 봐 선뜻 결정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학우들 사이에서 크게 돌고 있다”며 “마지막 학기이고, 올해를 위해 자취방을 계약해 있는 상태여서 휴학 등 선택지를 고민조차 하지 못하고 많은 것이 우려되지만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등록할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했다.

▲ 8월24일 한림대 에브리타임(대학생 커뮤니티 어플)에 올라온 등록금 반환 공지 관련 글.▲ 8월24일 한림대 에브리타임(대학생 커뮤니티 어플)에 올라온 등록금 반환 공지 관련 글.

마지막 학기를 남겨둔 4학년이거나 1년 자취방 계약으로 빈방 월세를 내고 있는 대학생들은 2학기를 마냥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불안한 상태에서도 하반기 대학 등록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동대생은 “학생들 입장에서는 답답할 뿐이다. 등록금을 반환해 주지 못하는 정당한 이유를 투명하게 보여주면 납득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온라인수업을 열심히 해 주신 교수님의 수업을 들은 입장에서 1학기 온라인 수업의 퀄리티도 괜찮았기에 2학기 때 감면을 해 준다면 충분히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등록금 반환 문제만 제대로 해결된다면 2학기 비대면 강의도 긍정적이라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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