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 감독, 스태프 인건비 지속 빼돌린 혐의로 고발당해
정지영 감독이 영화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등을 연출‧제작하며 스태프에게 인건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받은 인건비 보조금도 빼돌린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양태정 변호사(공익제보센터 굿로이어스)는 24일 오후 서울서부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익제보자인 한현근 시나리오 작가를 대리해 정지영 감독과 정 감독이 경영하는 제작사 ㈜아우라픽처스를 상대로 업무상 횡령과 사기, 보조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한 작가는 정 감독이 2011년 ‘부러진 화살’ 제작 당시 영진위로부터 ‘영화산업의 안정적 제작환경 조성과 영화스태프 처우개선’을 목적으로 제작사 아우라픽처스에 지급한 지원금을 스태프의 통장에 입금했다가 다시 영화 프로듀서의 계좌로 입금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횡령했다고 밝혔다. 정 감독(아우라픽처스) 측은 각 스태프에게 영진위 지원비 150만원과 제작사가 지급하는 150만원, 총 300만원을 지급한 뒤 3일 안에 이를 모두 거둬들였다. 한 작가는 정 감독 측이 스태프들에게 입금하기 앞서 “돈을 받으면 다시 돌려보내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한 작가도 같은 방식으로 ‘부러진 화살’의 시나리오 집필 인건비를 환수 당했다고 한다. 한 작가는 자신의 경우 영화를 공동제작했기에 영화가 흥행하자 다른 경로로 수입을 얻었지만, 다른 스태프는 인건비를 한푼도 못 받고 ‘인센티브’ 격으로 일부 액수만 받았다고 했다. 양 변호사는 “당시 피해 스태프는 최대 10여명으로 추정되며, 지급받은 총액이 30여만원에 그친다는 증언도 있다”고 했다.
정 감독은 2012년 ‘남영동 1985’ 제작 과정에서도 일부 스태프에게 지급한 급여를 제작사인 아우라픽처스 대표의 계좌로 되돌려받는 방식으로 횡령했다고 한다. 양 변호사는 “한 각본가의 경우 아우라픽처스 측이 각본비 1000만원을 지급하고서 같은 날 아우라픽처스 대표 개인계좌로 돌려받았다”고 했다. 아우라픽처스는 정 감독의 아들이 대표이사를, 배우자가 감사를 맡고 있는 영화제작사다. 양 변호사에 따르면 사내이사인 정 감독이 회사의 실질 경영권과 결정권을 쥐고 있다.
한 작가는 “‘부러진 화살’의 각본은 자신이 혼자 작성했는데 정 감독의 강요로 정 감독을 공동 각본자로 등록할 수밖에 없었다”고도 했다.
한 작가는 ‘부러진 화살’, ‘블랙머니’의 각본을 쓰고 ‘부러진 화살’을 공동제작하는 등 정 감독과 영화 작업을 해왔다. 현재 정 감독의 차기작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그는 “정 감독은 제작자로서 오랜 시간 동안 스태프들을 혹사시키고 임금을 착취하는 일을 반복해왔다”며 “정 감독 부자의 그간 비위들을 밝히고, 한국영화계의 현재와 미래의 스태프가 더 이상 구시대적 갑질의 피해를 겪지 않는 공정한 환경이 조성되기 바라면서 고발한다”고 했다.
양 변호사는 “영진위 보조금 회수 방식으로 볼 때 영진위와의 지원금 약정 단계에서부터 스태프에게 지급되어야 할 급여를 가로챌 의사를 가지고 영진위를 기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계약 당시엔 없었더라도 추후 영진위에 보고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허위 작성 가능성이 높아 기망 소지가 높다”며 “이런 식의 편취행위는 업무상 횡령 및 보조금법 위반에도 해당될 수 있다”고 밝혔다.
양 변호사는 “두 영화가 예상을 뛰어넘게 흥행해 정 감독과 아우라픽처스는 수십억원을 벌었지만, 정작 함께 고생했던 스태프와 각본가 등은 급여조차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는 문제가 계속 발생했다”며 “두 영화 외에 정 감독의 다른 영화 스태프들에게도 유사한 피해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