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씨, 오래 전부터 당신들 자체가 팬데믹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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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씨, 오래 전부터 당신들 자체가 팬데믹이었어요

“인간들, 코로나 때문에 한 명만 죽어도 호들갑을 떨면서, 우린 수천만 마리 땅에 묻고 손을 탁탁 털더라!”(동물들의 절멸 선언문 중) 
  
새로 창궐하는 전염병의 다수는 동물에서 출발한다. 동물이 질병에 걸리면, 인간에게 도달한다. 그래서 공공의 적이 되곤 한다. 그런데 감염병을 전염시키는 동물은 동시에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의 피해자다. 공장식 축산시스템에서 특히 동물은 전염병에 취약하다. 언제든 살처분 대상이 된다. 영국의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은 “코로나19의 원인은 동물 학대”라고 주장한다.

“지금 하는 것처럼 만 해라. 절멸의 성찬이 완성되리라. 지구의 동물 열 중 넷이 당신들 인간이다. 열 중 여섯은 당신들이 키우는 가축들. 나머지 야생동물은 쫓겨 다닌다. 그것도 모자라 당신들은, 우리 피난처까지 쫓아와 숲을 불태우고 약탈하다가 바이러스에 걸렸다. … 펜데믹? 인간씨, 농담도 잘 하시네! 1760년부터 당신들이 팬데믹이었다.”

지난해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 발표된 ‘기후 변화 및 토지에 관한 특별 보고서’에 따르면 인류의 영향을 받지 않는 토지는 지구 전체 토지의 약 28%에 불과하다. 1760년대 산업혁명을 전후로 육지표면 평균 기온은 무려 1.53도 상승했다. 인간은 지구를 멸망시킬 강력한 행위자가 됐고, 급기야 ‘인류세’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이런 가운데 GMO(유전자변형생물) 식품과 공장식 축산은 ‘질병X’을 유발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어쩌면 우리는 평생 마스크를 벗지 못할 운명일지 모른다. 다만 백신이 나오길 기다릴 뿐이다. 그러나 백신은 완전한 해결책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8년 ‘추후 세계 대유행을 일으킬 바이러스 8가지’를 발표했는데, 8번째가 ‘질병X’였다.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미지의 질병이다. 

▲동물들의 시국선언 관련 포스터. ⓒ이동시▲동물들의 시국선언 관련 포스터. ⓒ이동시
▲지난 20일, 30명의 작가·예술가·시인들이 직접 동물이 되어 시국선언에 나선 모습. 창작그룹 ‘이동시’(이야기와 동물과 시)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절멸, 질병X 시대 동물들의 시국선언’이란 주제로 릴레이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동시▲지난 20일, 30명의 작가·예술가·시인들이 직접 동물이 되어 시국선언에 나선 모습. 창작그룹 ‘이동시’(이야기와 동물과 시)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절멸, 질병X 시대 동물들의 시국선언’이란 주제로 릴레이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동시

‘인간을 위한 공장’에 갇혀있는 동물의 눈으로 바라봐야 팬데믹의 본질이 보인다. 지난 20일, 30명의 작가·예술가·시인들이 직접 동물이 되어 시국선언에 나섰다. 창작그룹 ‘이동시’(이야기와 동물과 시)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절멸, 질병X 시대 동물들의 시국선언’이란 주제로 릴레이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날 퍼포먼스에는 정혜윤·김한민·이슬아 작가를 비롯해 뮤지션 요조, 유튜버 초식마녀부터 동물권 변호사 김도희씨 등이 참여했다. 이날 시국선언은 가상집회 방식으로, 각기 다른 시간에 선언문을 낭독한 후 그 자리에 쓰러지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후 사진을 합성해 언론에 배포했다. 다음은 정혜윤 작가(CBS PD)의 시국선언 일부다.

“나는 정혜윤이고 오늘 나는 박쥐다. 나는 니파,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의 원인으로 지목되었고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내가 인간에게 다가간 것이 아니라 인간들이 나에게로 왔다. 그 뒤로 많은 것이 파괴되었다. 니파 바이러스 때는 백십만 마리의 돼지가 사살되었다. 코로나 때는 밍크와 천산갑이 죽임을 당했다. 인간은 책임 전가의 왕이다. 나는 죽는다. 그러나 돼지와 사향고양이와 천산갑과 밍크 그리고 다른 동물 누구도 더는 건드리지 말라!”

▲동물들의 시국선언 관련 포스터. ⓒ이동시▲동물들의 시국선언 관련 포스터. 박쥐가 된 정혜윤 작가. ⓒ이동시

이날 인간-동물들은 ‘절멸’이란 운명을 예감하며 △인간과 자연(동물)의 관계 재정립 △서식지 파괴 중단(동물과 거리두기) △야생동물 거래 및 공장식 축산시스템 퇴출 △성장과 개발 위주의 경제 모델에서 탈성장-탈개발-탈육식에 기반한 사회로의 생태적 전환 △기후 위기의 국가재난선포 △인간 우월주의 극복을 호소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동물권을 일상에서의 보편적 인식으로 받아들이길 요구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동물들 사이도, 동물과 인간 사이도 일정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인간들만 거리를 둬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가 종종 가해자로 여기는 동물이 실제는 최대의 피해자임을 인정하고 생태주의적인 근본적 사회시스템 전환이야말로 팬데믹 시대를 극복할 대안이라는 것이 이날 퍼포먼스가 가리키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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