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킹에서 마셨던 커피 PPL도 이젠 뒷광고 규제 대상
‘뒷광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새 추천보증심사지침이 9월1일 시행된다. 인터넷 콘텐츠의 뒷광고 논란에 따른 제도 개선이지만 방송 콘텐츠 클립 영상에도 적용돼 미디어 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뒷광고’는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 때 돈을 받고 제품이나 브랜드를 홍보하면서도 이를 고지하지 않는 콘텐츠를 말한다. 최근 유명 유튜버들의 ‘뒷광고’ 논란이 불거지자 공정위가 후속 대책으로 31일 홈페이지를 통해 추천보증심사지침 개정안 세부 내용과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공정위는 광고주와 콘텐츠 제작자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을 때 광고임을 명시하게 했다. 공정위는 “현금, 상품권, 할인권, 적립금 등 금전적 대가를 지급하거나 상품 무료 제공, 무료대여, 할인혜택 제공 등의 경우가 대표적”이라며 “협업(컬래버레이션)·공동구매 진행을 통한 수익 배분이나, 동업이나 고용관계 등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광고임을 고지해야 하는 콘텐츠 유형으로 △ 광고주의 SNS 계정을 통한 추천·보증 △ 인플루언서가 제작·판매하는 제품 △ 광고모델이 추천·보증한 경우 △ 출연자를 유료로 섭외한 경우 △ 광고계약 범위를 넘어서 추천·보증한 경우 등을 제시했다. 지침을 위반하면 콘텐츠를 제작한 사업자가 처벌받는다.
방송 PPL 클립 영상도 규제 적용
특히 공정위는 방송사 콘텐츠에 간접광고(PPL)가 들어간 경우 이를 유튜브 등 온라인에 올릴 때도 광고임을 알려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방송 업계에서 예상하지 못한 조치다.
공정위는 “같은 콘텐츠라도 소비자가 이를 접하는 방식과 매체는 각기 다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해당 콘텐츠의 광고 포함 여부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가능성도 달라질 수 있다”며 “방송 콘텐츠를 편집해 유튜브 등 방송 이외의 매체에 게재하는 경우에는 추천보증심사지침의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송사 콘텐츠를 유튜브와 포털 사이트에 3~5분 버전 클립 영상으로 올릴 때 간접광고나 협찬이 포함될 경우 이를 명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MBC ‘무한도전’ 클립 영상 속 장소 PPL·협찬이나 SBS 드라마 ‘더킹’의 커피 PPL이 들어간 클립 영상의 경우 광고임을 고지해야 한다.
공정위는 “이전에 작성된 게시물에 광고주와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표시하지 않았다면 표시광고법상 부당한 표시 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며 소급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취지를 반영하려면 방송사의 경우 과거 방송 클립의 간접광고 여부를 다시 체크해야 한다.
유튜버와 인플루언서, 연예인 등이 제작한 콘텐츠의 경우 돈을 받고 제작한 광고뿐 아니라 광고모델로 참여한 제품에 대한 무료 홍보도 광고임을 표시해야 한다. 공정위는 “광고라는 사실 또는 광고모델이라는 사실을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광고사진이나 CF 영상, 광고촬영 비하인드 영상 등 광고임을 인식할 수 있는 경우는 별도 표기하지 않는다. 콘텐츠를 제작할 때 사업자와 경제적 이해관계가 없었더라도, 이후 광고 계약이 체결돼 경제적 이해관계가 발생한 경우에도 광고임을 표기해야 한다.
예외 사항도 있다. 광고주가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우 ‘뒷광고’ 문제에서 자유롭다. 예컨대 전자제품 회사가 SNS 공식 계정을 통해 자사 스마트폰을 추천하는 경우 별도로 알리지 않아도 된다.
유튜브 제목에 ‘광고’ 쓰고 영상에 반복 고지
광고 고지 방식은 ‘시청자가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소비자가 쉽게 광고임을 인식하도록 ‘광고’, ‘금전적 지원’, ‘상품 협찬’, ‘무료 대여’ 등 명확한 표현을 써야 한다. ‘체험단’, ‘선물’, ‘숙제’, ‘서포터즈’, ‘홍보성 글’ ‘sponsored’ ‘AD’, ‘유료AD’ ‘partner’ ‘Collaboration’과 같은 표현을 써선 안 된다.
유튜브의 경우 영상 제목에 광고임을 표기해야 하고 영상 내용에는 처음과 끝, 그리고 영상 곳곳에 반복적으로 광고임을 고지해야 한다. 또한 유튜브 영상 설정을 통해 ‘유료광고 포함’을 의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유튜브 영상을 올릴 때 ‘유료광고 포함’을 명시하면 영상 시작 부분에 관련 문구가 뜬다. 공정위 지침 개정에 맞춰 유튜브 역시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유료광고 포함’을 의무적으로 고지하도록 했다. 유튜브 라이브 방송의 경우 자막 또는 음성을 통해 반복적으로 고지해야 한다.
공정위는 티 안 나게 고지하는 경우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일례로 유튜브 영상 하단에 ‘더 보기’를 눌러야 광고 고지가 뜨거나, 댓글을 통해 고지하거나, 영상 내부에 눈에 띄지 않게 광고 고지를 해선 안 된다. ‘뒷광고’ 논란 이전 유튜브에서 제작된 ‘뒷광고’ 뿐 아니라 브랜디드 콘텐츠 전반이 같은 방식으로 고지해왔기에 대대적인 개선이 불가피하다.
당초 공정위는 5분마다 광고라는 사실을 고지해야 한다고 밝혔으나 업계를 중심으로 영상 특성에 맞지 않게 일률적으로 조치하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공정위는 “5분은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표시하는 예시 중 하나”라며 “소비자가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표시의 주기, 횟수, 노출 시간을 적절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공정위는 영상이 매우 짧을 경우에는 시작과 끝에만 광고임을 고지 할 수 있다고 했다.
페이스북과 블로그 게시물에도 이에 준하는 규제가 적용된다. 본문 첫 부분과 끝부분 모두 광고임을 명시해야 한다. 인스타그램의 경우 사진 내에 광고임을 알리고 첫 번째 해시태그에 ‘광고’라고 써야 한다. 블로그의 경우 글자 크기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작게 하거나 배경 색과 유사한 색깔로 고지해선 안 된다.
공정위는 이번 지침을 두고 “부당광고를 예방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업계가 표시광고 법령을 준수하도록 지속적으로 교육·홍보하고 법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한국인플루언서산업협회, 한국MCN협회 등과 함께 자율 준수 캠페인 및 자율협약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