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기자들 재택근무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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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기자들 재택근무 어디까지 왔나

지난달 15일 대규모 광화문 집회 이후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 감염이 언론계 근무 여건에 변화를 주고 있다. 지난 3월 대구 신천지 발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을 찍은 뒤 확산세가 줄며 기자들은 각자 현장에서 비교적 정상 근무를 했지만 8월 말부터는 언론사들도 재택근무에 본격 돌입하고 있다.

지난 3월 일부 시행됐던 재택근무와 달라진 점은 코로나19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원격접속 시스템이 일상으로 자리잡았고, 그동안 재택근무가 어려웠던 편집·교열 기자들도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변화가 있었다는 점이다. 방송사의 경우 신문보다는 재택근무가 어려워 큰 변화가 없지만, 기자들이 사무실 출근 대신 집에서 현장으로, 현장에서 퇴근하는 식으로 취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으로 시스템 접속하고 편집·교열도 집에서

각 언론사 상황을 보면, 조선일보는 부서별 사정에 맞춰 재택근무 중이다. 중앙일보도 취재기자는 8월 중순부터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편집·동영상 인력도 필요한 기자재 등을 제공해 절반 이상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간부나 팀장급도 조를 나눠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연합뉴스의 경우 부서장 재량 하에 재택근무를 시행하다가 확산세가 심해지자 오는 4일까지 전면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지난달 25일 사옥 14층에 입주한 현대종합상사 직원이 확진을 받으면서 재택근무 수준이 강화됐다. 필수인력을 제외하고 일부 부서장도 포함한 전 사원이 재택근무한다. 직원들은 통상 출근 시간에 맞춘 근무시간을 전산 시스템에 입력한다. 한 연합뉴스 기자는 “기자 직군의 경우 사회부 등은 여전히 경찰서 등 출입처로 출근한다. 이런 시국에 형사를 만나 취재하지 않을 텐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택근무가 확대된 상황에도 일부 재택근무가 불가한 직군들은 계속 출퇴근할 수 밖에 없다. 지하철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겨레도 26일부터 재택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윤전이나 제작 업무에 필요한 필수인력만 제외하고 모두 재택근무다. 취재기자는 대면이 불가피한 현장만 현장 취재를 한다.

서울신문 역시 필수인력을 제외하고 재택근무가 기본이다. 회사 컴퓨터로 업무해야 하는 경우 원격접속 프로그램을 사용하기도 한다. 서울신문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엔 필요에 따라 IT개발부가 해당 직원에게 원격접속을 시켜줬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재택근무가 보편화했고 원격접속 근무가 일상화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회사 차원의 ‘코로나19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지난 2월부터 비상시 최소 인원이 출근하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은 채 노트북으로 지면 편집·교열이 가능하도록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등 비상 상황을 준비했다. 헤럴드경제의 편집기자도 재택근무 예행 연습을 하고 있다. 편집기자들도 집에서 면 짜는 연습을 하는 상황이다. 헤럴드경제 편집국장은 “편집기자의 재택근무는 기술적 면에서 어렵다”며 “인쇄의 경우 판이 인쇄기까지 걸리는 과정에 많은 소통이 필요한데 대면이 아니라 소통에 어려움이 있지만 일단 시도해보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뉴시스는 지난달 31일부터 편집국장과 부서장을 제외하고 모두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대면으로 진행했던 편집회의까지 온라인 진행 중이다.

현장 출퇴근하는 방송기자들… SBS, 비정규직도 재택근무

신문사 소속 취재기자들은 기자회견, 간담회 등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일찌감치 재택근무로 전환했지만 방송 기자와 신문사 소속 사진기자들은 사무실 출근 대신 재택에서 현장을 오가는 출·퇴근이 최대치다.

뉴시스 국회 담당 사진기자가 지난달 2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밀접 접촉한 기자 3명이 선별진료소 검사 뒤 자가격리했다. 뉴시스 관계자는 “현장 업무가 불가피한 사진기자의 경우 오는 6일 전까지는 장비를 챙겨 집에서 현장으로 출퇴근한다”며 “회사 승용차도 본인 희망에 따라 사용 여부를 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KBS는 재택근무 여부를 국장급 부서장이 판단하되 가능한 최다 인원 참여를 권장하고 있다. 보도본부의 경우 가급적 취재기자들은 외근 뒤 회사에 복귀하지 않고 현장 퇴근토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MBC 기자들 역시 마찬가지지만 보도국 사건팀의 경우 현장 취재가 잦아 사실상 재택근무가 어렵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CBS가 19일 오전 정규방송을 중단했다.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 모습. ⓒ연합뉴스.▲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CBS가 19일 오전 정규방송을 중단했다.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19일 CBS 기자가 확진을 받은 뒤 사옥을 셧다운했다가 해제한 CBS도 라디오 생방송 등 사실상 재택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CBS 관계자는 “방송은 진행하되 스튜디오 체류 시간을 최대한 줄이라고 공지하고 있다. 사내에 모여있지 말라고도 공지했다”며 “국회나 경찰서 출입 같은 경우도 A, B조를 나눠 취재하고 있다”고 전했다.

SBS 보도국은 지난달 25일 서울 목동 사옥에서 확진자가 나온 후 촘촘한 근무체제를 짜고 있다. SBS 한 기자는 “다른 지상파 방송이 재택근무에 들어갈 때 우리는 들어가지 않거나 경영 관련 부서는 재택을 들어가는 데도 기자는 현장을 가야 한다며 같은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사내에 불만이 제기됐다. 그러나 사옥에서 확진자가 나온 후에는 대응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이 기자는 “SBS 보도국에 프리랜서나 아르바이트로 근무하는 노동자가 많은데, 지난달 25일 협력사 직원이 확진된 뒤 스크립터에 재택근무를 지시하는 등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해 공지했다”며 “종전에는 재택근무 요청이나 공지할 때 이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전했다.

TV조선은 취재원 대면 접촉을 줄이고 식사 등을 못하게 했지만 재택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TV조선의 한 기자는 “코로나19 검사만 2번 받았다”며 “첫 번째는 지난 7월 통신사 기자실에 앉아있었는데 통신사에서 확진자가 나와서 검사를 받았고, 최근에도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MBN 역시 기자들이 현장을 챙기고 사무실에 들르지 않고 귀가하는 식으로 근무하고 있다. JTBC는 조를 나눠 근무하고 있다.

▲지난 20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폐쇄된 서울 마포구 SBS 상암프리즘타워의 21일 모습.  ⓒ연합뉴스.▲지난 20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폐쇄된 서울 마포구 SBS 상암프리즘타워의 21일 모습. ⓒ연합뉴스.

MBN의 한 기자는 “방송 기자 같은 경우 더빙을 해야 하는데, 회사에 못가니까 집에서 녹음해 회사에 보내야 한다”며 “집에서 각자 녹음할 경우 음질이 떨어져 회사에서 마이크를 하나씩 사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YTN은 지난달 24일부터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총 683명 직원 가운데 110명 이상이 재택근무 중이다. 1주일 단위로 신청자를 받아 미리 시행하고 최대한 분산시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YTN 관계자는 “재택근무 신청자를 넓히기 위해 늦게 신청해도 재택근무를 받았고, 업무 밀집을 분산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다만 부서별 편차가 크다. 기술국이나 영상취재부의 경우는 거의 재택을 할 수 없고, 고민 중이다”라고 전했다.

이번 코로나19 확산은 수도권 중심으로 번지면서 지역 언론의 경우 사무실을 닫은 사례가 있지만 재택근무를 확대하고 있진 않다. 경남 일간지의 한 기자는 “재택근무에 돌입한 곳은 많지 않다. 다만 일부 일간지가 3월 셧다운했고 최근 외부인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23일과 24일 대전시·대전시의회 등에 출입하는 기자 2명이 잇따라 코로나19 확진을 받아 기자 9명이 자가격리하는 상황도 있었다. 대전기자협회 관계자는 “대전기자협회 소속 신문사들은 지난주 1주일 재택근무를 했고, 이번주부터는 재량껏 판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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