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맞은 김종인, 태극기 세력 포용으로 선회했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기존에 선을 그어오던 소위 ‘애국세력’, ‘태극기부대’로 불리던 강경보수층에 대해 “생각을 달리하는 이들도 흡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며 태도 변화를 보였다.
최근 보수언론에서도 광화문집회에서 반정부 시위에 나선 이들을 두고 서로 상반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김 위원장도 이들에 대한 적대적 시선을 일부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이날 김 위원장은 과거 대선에 출마했던 이들을 대선주자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발언 역시 철회하며 전반적으로 진영 내 다양한 세력을 통합하자는 취지의 메시지를 내놨다.
김 위원장은 3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극단세력(강경보수)과 선을 긋고 외연확장을 위해 광화문집회 참여자를 당 차원에서 징계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앞으로 국민의힘이 국민 모두를 아울러야 하는 문제를 가져야 하기 때문에 생각을 달리하는 이들도 다 여기에 흡수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국민의힘이 총선 이후 4개월만에 지지세를 회복한 만큼 그동안 핵심 지지층인 강경보수층의 반발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강경보수층과 선을 그어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진영 내에서도 논쟁 국면에 들어섰다.
지난달 27일 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은 “‘문재인 심판’ 외친 집회가 文 정권 구명줄 됐다”는 칼럼에서 문재인 정부가 방역을 이완해 코로나가 수도권에 퍼진 책임도 있는데 이를 교회와 광화문집회가 대신 덤터기를 쓰며 오히려 문 정부를 살렸다고 주장했다. 즉 전략적으로 볼 때 광화문집회가 실패했다며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자 다음날 최보식 조선일보 선임기자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우파 정당의 비겁함”이란 칼럼에서 “나라 걱정으로 광화문에 몰려나온 인파를 향해 통합당(현 국민의힘)은 거침없이 ‘극우’ ‘썩은피’라고 말한다”며 강경보수를 때리는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핵심지지층을 버려선 안 된다는 주장으로 총선 직후 숨죽였던 강경보수들 목소리가 조금씩 커졌는데 이 현상이 조선일보 지면에서도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과거 인터뷰에서 2017년 대선에 출마했던 후보들은 실효가 다했다고 했는데 지금도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국민의힘 합류 전 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했지만 그건 결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분들이 앞으로 대선후보를 하겠다면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이나 홍준표 무소속 의원에 대한 적대적 입장을 철회한 것이다.
홍 의원 등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 문제에 대한 질문에서도 김 위원장은 “당이 완전히 안정적인 기반을 구축하면 그 다음에 가서 복당 문제를 거론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날 기자들은 앞으로 있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대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연대 가능성을 많이 물었다.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바꾸면서 국민의당과 ‘반문연대’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이 나오기도 했고, 국민의힘 당내에 떠오르는 대선주자가 없어서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수차례 안 대표 관련 질문이 나오자 “국민의힘 기자회견을 하는데 왜 안 대표에 대한 질문이 많은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국민의힘에서 인물을 발굴해 서울시장 후보를 내놓을 것이고 대선후보를 내놓을 것이다. 그런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안 대표와 함께 홍정욱 전 의원의 서울시장 후보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서도 김 위원장은 “당 내부에서 대선 후보가 나올 수 있으리라 확신하고 밖에 계신 분들이 당에 관심을 가지면 (국민의힘으로) 흡수돼서 대선 후보를 만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탄핵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검토한다는 과거 발언에 대한 질문에 김 위원장은 “사법절차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절차가 완료된 이후 적절한 시점을 택해 대국민 사과를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모두 발언에서 “그동안 우리당은 시대변화에 부응하지 못하는 정당, 약자와 함께 하지 못하고 기득권을 옹호하는 정당, 이념에 매몰된 정당, 계파로 나눠 싸우는 정당으로 인식돼 왔다”며 “이제 새로운 시대정신과 함께 변화를 선도하고 국민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정당으로 나아가야 함. 약자와 동행하는 정당, 국민통합에 앞장서는 정당, 누구나 함께 하는 정당으로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