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 여성 출연자 20%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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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 여성 출연자 20%에 불과

9월1일부터 7일까지는 양성평등주간입니다. 양성평등주간은 ‘남성과 여성의 조화로운 발전을 통해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실질적인 양성평등사회 실현을 촉진하기 위해 규정한 기념주간’으로 양성평등기본법 제38조에 따라 시행되고 있습니다. 국회가 2019년 11월, 1898년 9월1일 선언된 한국 최초의 여성인권선언문 ‘여권통문’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9월1일을 ‘여권통문의 날’로 지정하면서 7월에 열리던 양성평등주간이 올해부터는 바뀌게 되었는데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8월 한 달간 종편4사 8개 시사대담 프로그램(여성 출연자 비율과 여성 출연횟수, 여성 진행자 포함여부)에 대한 양성평등 지수를 ‘벡델테스트’로 가늠해보았습니다. 벡델테스트는 영화에서 양성평등을 가늠하는 지수로 영화에 여성이 얼마나 자주, 주도적인 캐릭터로 등장하는지 평가합니다. 영화 속에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최소 두 사람이 나와야 하며, 이들이 서로 대화를 나눠야 하고, 대화 소재나 주제는 남자 얘기가 아니어야 한다는 것을 기준으로 합니다. 이에 따라 프로그램 출연자의 여성비율과 진행자 중 여성이 있는지를 중심으로 ‘종편 시사대담 벡델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여성 출연자 JTBC, TV조선 많아

먼저 종편4사 8개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8월 전체 출연자 중 여성 출연자 비율과 전체 출연횟수 중 여성 출연횟수 비율을 살펴본 결과, 여성 출연자 비율이나 여성 출연횟수 비율이 50%를 넘는 시사대담 프로그램은 없었습니다. 

그나마 여성 출연자 비율이 가장 높은 방송사는 JTBC였습니다. JTBC <정치부 회의>는 종편4사 8개 시사대담 중 여성 출연자 비율이 42.9%로 가장 높았습니다. 여성 출연횟수가 많은 방송사는 TV조선이었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은 여성 출연횟수 비율이 41.7%로 가장 높았는데요. 하지만 출연진 구성에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보도본부 핫라인>에는 뉴스정보를 전달하는 TV조선 기자 3명과 평론을 담당하는 외부인사 1명이 출연합니다. 외부인사의 경우 주로 신문사 논설위원 등이 출연해 의견을 내고 TV조선 기자들이 전하는 뉴스정보에 첨언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뉴스를 해설·논평하는 역할에 여성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보도본부 핫라인> 전체 출연자 중 여성비율이 39.1%로 JTBC <정치부 회의>에 이어 높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아쉬운 대목입니다.

▲ 8월1일부터 31일까지 종편4사 시사대담 프로그램별 여성 출연자 수와 출연횟수 비율. 표=민주언론시민연합▲ 8월1일부터 31일까지 종편4사 시사대담 프로그램별 여성 출연자 수와 출연횟수 비율. 표=민주언론시민연합

가장 저조한 성적을 보인 곳은 MBN이었습니다. MBN의 2개 시사대담 프로그램에 여성 출연자가 나온 횟수는 단 3회였습니다. <아침&매일경제>에 장윤미 변호사가 2회 출연했고, <뉴스와이드>에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회 출연했습니다. 더군다나 양향자 의원은 <뉴스와이드> 인터뷰 대상자로 출연한 것으로, 일반적인 시사대담 출연자로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주제에 관해 토론하는 시사대담 프로그램 특성에 맞는 출연자를 기준으로 한다면 <뉴스와이드>는 8월 한 달간 한 명의 여성 출연자도 없던 셈입니다.

▲ 8월1일부터 31일까지 종편4사 시사대담 프로그램 방송사별 여성 출연자 수와 출연횟수 비율. 표=민주언론시민연합▲ 8월1일부터 31일까지 종편4사 시사대담 프로그램 방송사별 여성 출연자 수와 출연횟수 비율. 표=민주언론시민연합

여성 단독 진행자 ‘제로’

시사대담 프로그램 진행자의 경우 종편4사 8개 시사대담 프로그램 중 여성 진행자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종편4사의 모든 시사대담 프로그램으로 범위를 넓혀서 살펴봐도 여성 단독 진행자는 없었고 남성과 함께하는 공동 진행자였습니다. 특히 JTBC는 모든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 여성 진행자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 남녀가 공동 진행하는 종편3사(TV조선, 채널A, MBN) 시사대담 프로그램▲ 남녀가 공동 진행하는 종편3사(TV조선, 채널A, MBN) 시사대담 프로그램
▲ 종편4사 시사대담 프로그램 진행자(2020년 8월 기준). 표=민주언론시민연합▲ 종편4사 시사대담 프로그램 진행자(2020년 8월 기준). 표=민주언론시민연합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자리배치 의도는?

▲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자리 배치(왼쪽 위편부터 시계방향으로 8월 10·14·18·21일)▲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자리 배치(왼쪽 위편부터 시계방향으로 8월 10·14·18·21일)

미국 폭스뉴스의 권력형 성범죄 사건과 이를 폭로한 주역들의 실화를 다룬 영화 <밤쉘>에는 언론과 관련된 인상적인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그중 하나는 회사 전체를 쥐락펴락하는 폭스뉴스 회장 로저 에일스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여성 진행자들에게 짧은 치마를 입게 하고, 다리가 잘 보이도록 아래가 뚫린 탁자를 사용하게 한 뒤 카메라로 다리를 비추도록 하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영화 <밤쉘>을 떠오르게 하는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입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에는 진행자 엄성섭 씨를 비롯해 TV조선 기자 3명과 해설·논평 역할의 외부인사 1명이 출연합니다. 진행자와 출연자는 사다리꼴 모양의 큰 탁자에 둘러앉는데요. 탁자 아래는 바깥쪽에 앉은 출연자 다리가 보이도록 뚫려 있습니다. 방송을 시작할 때마다 카메라는 탁자와 스튜디오 전체를 잡은 넓은 화면에서 시작해 천천히 탁자를 향해 다가가는데요. 여기서 탁자 바깥쪽에 앉은 출연자 2명의 다리는 화면에 그대로 보이게 됩니다. 공교롭게도 8월 한 달간 탁자 바깥쪽에 앉아 화면에 다리를 보이게 되는 출연자 대부분은 여성이었습니다. 옷차림도 짧은 치마인 경우가 많았죠.

▲ 8월1일부터 31일까지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자리 배치 (바깥쪽에 앉은 경우 옷차림도 표기). 표=민주언론시민연합▲ 8월1일부터 31일까지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자리 배치 (바깥쪽에 앉은 경우 옷차림도 표기). 표=민주언론시민연합

민언련은 2015년 <방송3사 스포츠채널 ‘야구리뷰 프로그램’ 모니터보고서>(8월26일)에서도 같은 문제를 다룬 바 있습니다. 지상파방송3사 스포츠전문채널 야구리뷰 프로그램과 SBS SPORTS <야구남녀>를 모니터하여 출연한 여성 아나운서들이 몸에 달라붙는 의상이나 짧은 치마를 입고 있으며, 스튜디오를 비추는 카메라는 여성 아나운서 신체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를 통해 야구리뷰 프로그램 대부분이 여성 아나운서를 응시의 대상으로 두고, 남성 시청자의 시각을 공략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보도본부 핫라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연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관행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리 배치가 의도하지 않았거나 단순히 관행에 따른 것이라고 해도 적절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카메라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치마를 입은 여성 출연자의 몸이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은 여성 출연횟수 비율이 41.7%로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 가장 높았던 만큼, 출연자 자리도 균형 있게 배치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8월 1~31일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 MBN <아침&매일경제>(평일)<뉴스와이드>(평일), JTBC <뉴스ON><정치부 회의>
※ 출연자 호칭을 처음엔 직책으로, 이후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비율은 소수점 둘째자리에서 반올림하여 계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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