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살해한 미군, 필리핀서 사면 후 추방 논란
살인 혐의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으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으로부터 사면받은 전직 미 해군 조셉 스콧 펨버턴이 13일 미국 인력의 호위를 받으며 마닐라의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마닐라|AFP연합뉴스
트랜스젠더 여성을 살해한 미국 해병대 군인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으로부터 사면받아 13일(현지시간) 필리핀에서 추방됐다. 필리핀 정부는 이번 사면을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한 “광범위한 국익”에 바탕을 둔 결정이라고 했으나, 마닐라 등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제이미 모렌테 필리핀 이민국장은 이날 미 해병대 소속 랜스 조셉 스콧 펨버턴을 영구 추방했다고 밝혔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펨버턴은 마닐라의 한 비행기로 미국으로 호송됐다.
2014년 10월 필리핀에서 양국 합동 군사훈련을 받던 펨버턴은 휴가 중 모텔 객실에서 제니퍼 로드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이듬해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펨버턴은 술집에서 만난 로드가 트랜스젠더라는 것을 뒤늦게 알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해 사회적 공분을 샀다.
펨버턴은 살인으로 유죄 선고를 받고도 필리핀 정식 감옥이 아닌 미군 사령부가 있는 캠프 아귀날도에 억류돼 ‘황제 복역’ 논란이 일었다. 애초 12년이던 양형도 10년으로 감형됐다. 필리핀에서 주둔 미군이 저지른 형사사건에 대한 사법권은 미국에 있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치외법권을 허용하는 방위협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가 지난 6월 돌연 입장을 바꿨다.
필리핀 정부가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펨버턴을 사면한 이유는 코로나19 백신 확보 경쟁 때문이라고 필리핀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해리 로케 필리핀 대통령 대변인은 “펨버턴 사면은 미국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을 때 필리핀도 혜택을 입어야 한다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희망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고 지난 11일 필리핀스타 등이 밝혔다.
이번 추방 조처로 미군이 식민지였던 필리핀에 개입하는 데 분개하는 필리핀 민족주의단체뿐 아니라 성소수자 인권운동가들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 소셜미디어에는 ‘#로드에게 정의를’ 해시태그 운동이 일었다. 그러나 마닐라 주재 미국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사건의 모든 법적 절차는 필리핀 관할과 법률에 따라 이뤄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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