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10월 말, MBN 운명 결정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합편성채널 설립 당시 MBN의 위법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을 내린다.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승인 취소 또는 업무정지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곧 있을 MBN 재승인 심사 전에 행정처분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양한열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15일 “10월 말에서 11월 초 MBN 재승인 심사에 나설 예정이다”라고 밝힌 뒤 “재승인 심사 전에 MBN 행정처분에 나서는 것으로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처분 수위와 관련해 양한열 국장은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현행법상 승인 취소와 업무정지라는 큰 틀에서 볼 수 있다”며 행정처분 수위를 예고했다.
방송법에 따르면 방송사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승인·재승인을 얻었을 때 방통위는 승인을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 업무정지 또는 광고 중단 등을 명할 수 있다. MBN은 2011년 출범 당시 600억 원의 은행 대출을 받아 내부 직원을 통한 차명 투자로 최소 납입 자본금 3000억 원을 허위 모집했기 때문에 법 해석에 따르면 승인 취소가 가능하다. 더욱이 MBN은 차명 투자를 숨기기 위해 수년간 회계를 조작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
방통위는 행정처분 수위와 관련해 여러 로펌에서 법률 자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처분 이후 예상되는 MBN의 행정소송에 대비하는 것이다. MBN 스스로 불법행위를 스스로 인정했고, 이미 관련한 1심 소송에서 매경미디어그룹 임원들의 유죄 판결이 나온 상황이어서 행정소송으로 간다면 MBN은 ‘처분이 과도하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내부에선 현 상황이 법률 검토 단계는 아니며, 정무적 판단만 남은 단계라는 지적도 있다.
앞서 MBN 행정처분 시기는 9월 중으로 예상됐지만 5기 방통위가 코로나19 여파와 방통위원장 인사청문회 등으로 몇 차례 전체회의가 미뤄졌고 김효재·김현 등 신임 상임위원의 업무파악 시기 등을 고려해 행정처분은 추석 이후 10월 중 나올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다.
승인 취소가 나오더라도 곧바로 방송사가 문을 닫지는 않는다. 방송법에 따라 1년간 방송 유지명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해당 기간 중 새 사업자를 선정하고 사업권 이전, 고용 승계 절차 등이 이뤄진다. 때문에 언론계에선 벌써부터 승인 취소를 전제로 MBN 인수 가능성이 있는 신문사나 기업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MBN은 최대한 방통위를 ‘자극’하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다. MBN 관계자는 행정소송 여부에 대해 “어떤 처분이 나올지도 모르는데 미리 준비할 순 없다. 가봐야 한다”면서도 “대응팀에서 여러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 아무래도 (처분 수위가)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정도까지 가면 대응은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MBN 재승인 유효기간은 11월30일까지다. 방통위 행정처분에 대한 MBN의 ‘대응 수위’는 11월 재승인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MBN 관계자는 “현재 항소심 재판, 행정처분, 재승인 심사가 하나로 맞물려 같이 움직이고 있는 복잡한 상황”이라며 내부의 어려움을 전한 뒤 “재승인을 받더라도 재승인 조건 이행 문제도 있어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MBN으로서는 어떤 행정처분을 받더라도 일정 정도의 경영 위기가 예고된 상황이고, 11월 재승인을 받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재승인 조건이 부과될 가능성이 높아 재승인 이후를 걱정하는 분위기도 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종편 승인 당시 주주구성 문제는 핵심적인 심사사항이었는데 그 부분에서 명백한 위법행위가 발견됐다”며 “원칙적인 처분이 이뤄지지 않으면 법 조항이 무력화되기 때문에 단호한 처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제가 반복되지 않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방통위가 종편 주주명부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타 종편사 주주 의혹도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MBN 행정처분과 함께 ‘방통위 책임’도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앞서 2014년 당시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이끌던 ‘종편승인검증TF’가 MBN의 주주구성을 분석해 차명 거래 의혹을 제기했음에도 당시 방통위는 MBN 방송사업을 재승인했다. 당시 TF에 참여했던 김동찬 사무처장은 “방통위가 주주구성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두 차례 재승인해 준 책임이 크다. 이 부분에 대한 방통위 내부의 책임자 처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