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언론노조 위원장 강진구 기자 징계무효 탄원에 경향지부 유감
역대 전국언론노동조합 전 위원장 가운데 4명이 경향신문의 강진구 기자 징계가 무효라는 취지의 탄원서에 서명했다. 강 기자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징계무효확인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현직을 포함한 6명은 연명하지 않았다.
강 기자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면 신학림·최상재·강성남·김환균 전 위원장이 법원에 경향신문의 징계 처분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탄원서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미투 사건에 있어 진실보도와 검증의 문제에 대한 생산적 논의의 불씨를 살려나가기 위해 원고에 대한 회사의 징계는 무효돼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원고(강 기자)는 경향신문 기자로 재직하면서 좋은 기사로 사회적 이슈에 접근했고 자칫 지나칠 수 있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공명될 수 있도록 노력한 저널리스트”라고 했다.
이어 “사내 징계로 마무리된 본 사건은 언론사 내부에서 미투보도에 있어 ‘진실보도와 검증’이라는 가치와 ‘피해자 보호와 연대’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발생한 사안”이라며 “기자 개인에 대한 징계로 마무리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수십 년 언론계에서 일해온 우리의 생각”이라고 했다.
역대 위원장(언론노련 포함) 가운데 최문순, 김용백, 이강택, 이형모 전 위원장 등과 오정훈 현 위원장은 서명하지 않았다. 이들 중엔 강 기자 측 연명 요청을 받았지만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정훈 현 위원장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징계를 요구했던) 경향신문지부의 입장과 뜻을 같이 한다”고 했다. 언론노조 경향신문지부 직속 독립언론실천위원회는 지난 7월 사측에 강 기자 무단송고사태 규명과 피해자 사과, 강 기자에 대한 엄격 조치를 요구했다. 전직 언론노조 위원장들의 연명에는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오 위원장은 “강 기자가 현 노조 집행부에 연명을 청해온 사실은 없다”며 “전직 위원장들과 이와 관련해 소통하거나 탄원에 앞서 문의가 온 적도 없다”고 했다. 오 위원장은 “강 기자가 앞서 징계 건과 관련해 언론노조 임원에게 연락을 해온 적이 있어 그가 경향신문지부 조합원인만큼 지부와 소통할 것을 추천했다”고 덧붙였다.
한대광 언론노조 경향신문지부장은 전직 위원장의 연명과 관련해 현 집행부에 유감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한 지부장은 지부 내부에 공유한 입장문을 통해 “현 언론노조 집행부는 강진구 조합원에 대한 입장이 경향신문지부 입장과 동일함을 확인했다”며 “4명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연명한 것으로 보인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경향신문지부는 “이번 연명이 현재 책임 있게 업무를 수행 중인 산별 집행부와 경향신문지부 활동에 영향을 끼치고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유감의 뜻을 전했다”고 했다.
강 기자는 지난 7월29일 새벽 박재동 화백의 성추행 고발에 대해 ‘가짜 미투’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편집국 승인 없이 온라인 송고했다가 4시간 뒤 삭제 조치됐다. 강 기자는 유튜브와 SNS상에 기사 삭제가 부당하다는 주장과 피해자에게 추가 해명을 요구하는 등의 글을 SNS상에 이어갔다. 강 기자는 인사위에 회부된 뒤 지난달 31일 1개월 징계가 확정됐다. 경향신문은 지난 4일 온라인 공지를 통해 피해자에게 공개 사과문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