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의 공소장 이중잣대, 이재용과 검언유착
종편의 문제발언 중 핵심을 뽑아 알려드리는 ‘종편 뭐하니?’입니다. 9월10일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 공소장 전문’이 공개되며 많은 화제를 모았어요. 하지만 종편3사 시사대담 프로그램은 9월11일 방송에서 이 내용을 다루지 않았어요.
한편, 9월12일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특혜 휴가 의혹’을 제기한 추 장관 아들 동료사병의 실명을 공개한 데 대해 TV조선 <이것이 정치다>(9월14일)가 비판 목소리를 냈는데요. 추 장관 아들 동료사병 실명 공개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TV조선이었어요.
‘이재용 공소장’에 드러난 언론의 민낯
9월1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수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 11명을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로 재판에 넘겼어요. 9월10일엔 오마이뉴스 보도 <단독-이재용 공소장 전문을 공개합니다>(9월10일)를 통해 133쪽 분량의 공소장이 공개되었죠. 오마이뉴스는 “사안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감안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 공소장 전문을 공개”한다고 밝혔어요. “공소장에 담긴 범죄사실은 검찰이 법원에 재판을 청구하기 위해 지금까지 수사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며 ‘공소장 전문을 재판에 의해 확정된 사실로 판단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어요.
9월11일 한겨레는 이른바 ‘이재용 공소장’을 바탕으로, 경영권 불법 승계를 위한 여론조성에 힘쓴 삼성과 이에 협조한 언론을 비판하는 3건의 지면기사를 냈어요.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 중 한겨레가 유일했죠. <합병 주총 직전 ‘36억 광고’ 언론 쥐고 흔든 삼성의 민낯>(9월11일)은 삼성이 경영권 불법 승계를 위해 펼쳤던 ‘전방위 여론전’ 행태를 전했고, <사설-‘이재용 승계 작업’에 호위무사 노릇 한 언론>(9월11일)은 “언론 윤리와 책임을 망각한 채 기꺼이 (삼성의) ‘또 하나의 가족’이 된 일부 언론”을 비판했어요.
같은 날 삼성그룹 변호인단은 삼성물산 홈페이지에 <한겨레 및 오마이뉴스 보도와 관련한 변호인단 입장을 알려드립니다>를 올리고 입장을 밝혔어요. “(삼성의) 의견광고 게재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각 언론사의 보도내용과 전혀 무관”한데 “한겨레는 합병에 찬성하는 보도가 광고 게재의 결과인 것처럼 열거하며 ‘언론동원’으로 규정”했다고 반박했죠. 오마이뉴스의 공소장 전문 공개에 대해서는 “유죄를 예단함으로써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비판했고요. 삼성그룹 변호인단이 오마이뉴스와 한겨레 보도에 적극 반박을 편 것은 ‘이재용 공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에 있어서 그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거예요.
‘이재용 기소’는 발 빠르게, 공소장은 침묵
9월11일 종편3사 시사대담 프로그램은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재용 공소장’을 다루지 않았어요.
‘검언유착 공소장’이 공개됐을 당시와 비교하면 크게 다른 건데요. 8월5일 검언유착 의혹 당사자 채널A 이동재‧백승우 기자가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된 후, 8월10일 중앙일보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 공소장 공개>를 통해 이른바 ‘검언유착 공소장’ 전문이 공개되었어요. 이튿날인 8월11일, 검언유착 의혹 당사자 채널A를 제외한 TV조선‧MBN 시사대담에서는 ‘검언유착 공소장’을 다뤘어요. TV조선 <이것이 정치다>는 38분간, MBN <뉴스와이드>는 6분간 대담을 진행했죠. 반면 이번 ‘이재용 공소장’은 다루지 않은 거예요.
이재용 부회장이 기소된 9월1일과 다음 날인 2일, MBN <뉴스와이드>를 제외한 종편3사 시사대담 프로그램은 ‘이재용 부회장 기소’를 전했어요. 특히 6월26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불기소 처분’을 권고했음에도 수사팀이 기소했다고 강조했고요. 수사심의위원회 ‘불기소 처분’ 권고에도 수사팀이 이 부회장 등 삼성 경영진을 기소한 이유는 공소장에 상세히 나와 있어요.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 기소’를 발 빠르게 전하던 종편 시사대담은 왜 ‘이재용 공소장’ 전문 공개엔 침묵하는 건지 궁금하네요.
TV조선, ‘당직병 실명공개’ 단초 제공하고도 모르쇠
9월12일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특혜 휴가 의혹’을 처음 제기한 추 장관 아들 동료사병 등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어요. 황 의원은 해당 사병의 실명을 언급하며 “산에서 놀던 철부지의 불장난으로 온 산을 태워먹었다”, “추 장관 아들 서 일병과 관련, 모든 출발과 시작은 당시 당직사병의 증언이었다”며 “(당직사병의) 언행을 보면 도저히 단독범이라고 볼 수 없다. 당직사병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며, 공범세력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한 거예요.
추 장관 아들 동료사병의 실명 공개에 비판이 나오자, 황 의원은 해당 게시물에 댓글로 “실명 공개는 허위사실로 추 장관을 공격할 때 TV조선이 (먼저) 했다”며 7개월 전인 2월12일 TV조선이 해당 사병을 인터뷰하며 얼굴과 실명을 공개했던 것을 캡처화면으로 올리기도 했어요. 그러나 ‘실명 공개’와 ‘단독범’ 지칭에 당 안팎으로 비판이 이어졌고, 결국 황 의원은 9월13일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사병에 대한 실명 공개와 단독범 지칭을 사과했어요.
TV조선 <이것이 정치다>(9월14일)도 관련 대담을 진행했는데요. 진행자 윤정호 씨가 “(황 의원이) 추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특혜 휴가 의혹을 증언했던 당직사병 이름을 공개했습니다. 그랬다가 하루 만에 사과를 했는데요”라며 TV조선 김미선 정치부 기자에게 상세한 내용을 물었어요. 김미선 기자는 “(페이스북 글에 비난이 일자, 황 의원이) 댓글로 글을 올렸는데 그러면서 저희 언론(TV조선)에서 2월에 그 친구가, 그 당직사병이 인터뷰를, 실명으로 인터뷰를 했던 모습을 캡처를 했습니다”라고 설명했어요. 그러더니 “그런데 (TV조선이 인터뷰를 내보낸) 그때는 2월이고 지금은 9월입니다. 정말 많은 상황이 있었고 또 그 당직사병이 받는 무게도 달라졌습니다. 그 당시에는 본인이 이름이 공개되는 것을 승인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나간 것이고, 그렇게 온라인에 있었던 것이고 그랬던 상황이지만 현재로서는 본인이 실명이 나가길 원치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언론에서는 그 취지에 맞춰 철저히 의중을 지켜주고 있는데 황희 의원은 그 장면을 공개를 했던 것”이라고 황 의원을 비판했어요.
과연 TV조선에게 황 의원을 비판할 자격이 있을까요? TV조선은 저녁종합뉴스 <뉴스9>에서 추 장관 아들 동료사병의 실명과 얼굴을 두 차례나 내보냈어요. <복귀 안 하니 ‘연장’ 지시>(2월12일)에서 한 차례 내보낸 뒤 <단독-“우리 엄마도 추미애면 좋겠다”>(7월3일)에서 또다시 내보낸 거예요. TV조선이 해당 사병이 입을 피해를 우려했다면, 인터뷰를 보도할 때 실명과 얼굴은 공개하지 않았어야 해요. “본인이 이름이 공개되는 것을 승인”했기 때문에 공개했다고 말하는 건 언론으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거예요.
그런데 TV조선이 뒤늦게 실명과 얼굴 공개의 잘못을 깨달은 걸까요? 9월15일 밤 11시경 TV조선 홈페이지상에 있는 해당 보도에서 사병의 실명과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고 음성을 변조해놓았어요. 하지만 9월17일 오전 10시 현재, 유튜브상에 있는 TV조선 뉴스 영상에선 여전히 실명과 얼굴이 보인다는 것 알려드립니다.
→ TV조선 <이것이 정치다>(9월14일) https://muz.so/acRE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9월11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지면) /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 MBN <아침&매일경제>(평일)<뉴스와이드>(평일), 9월14일 TV조선 <이것이정치다>
※ 시간은 31초부터 1분으로 올림하여 계산했으며, 비율은 소수점 둘째자리에서 반올림하여 계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