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유튜브 채널 n번방 보도 선정·잔혹 필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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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유튜브 채널 n번방 보도 선정·잔혹 필요 이상

주요 방송사 유튜브 채널에서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n번방 사건)을 선정적으로 다뤘다는 비판이 나왔다.

안규원 언론인권센터 모니터팀 인턴활동가는 16일 언론인권센터가 주최한 ‘미디어와 N번방 성착취 사건 2차 피해’ 토론회에서 KBS 크랩, MBC 엠빅뉴스 등 방송사 유튜브 콘텐츠가 2차 피해를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안규원 인턴활동가는 “몇몇 언론사 유튜브 채널들은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직접적이고 자극적인 자막, 썸네일(미리보기 이미지), 제목을 통해 이목을 끈다”며 “n번방 사건의 경우도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조성하고 가해자를 악마화하며 범죄행위의 선정성과 잔혹성을 필요 이상으로 부각시키는 영상들이 업로드됐다”고 지적했다.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MBC ‘엠빅뉴스’의 “미성년자 딸에게 몹쓸 짓. 엄마에겐 영상 보내 협박 사람의 탈 쓴 짐승 갓갓” 영상은 가해자를 ‘인간의 탈을 쓴 짐승’ ‘사람 맞아?’ 등으로 표현해 ‘악마화’했다. 또한 지나치게 자극적인 n번방 게시글 내용을 영상에 노출했고, 명백한 범죄행위를 ‘몹쓸짓’이라고 표현했다. 언론이 직접적인 범죄 표현을 피하려 ‘몹쓸짓’이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명백한 범죄라는 본질을 가린다는 비판이 많다.

▲ 엠빅뉴스 유튜브 콘텐츠 화면 갈무리.▲ 엠빅뉴스 유튜브 콘텐츠 화면 갈무리.

엠빅뉴스의 “피해 여성 신상 낱낱이 쓴 조주빈의 대백과사전 텔레그램 박사방에 올라오면 회원들은 환호했다” 영상은 조주빈을 악마화하고 여성을 몰래 촬영하는 모습의 자료화면을 썼다.

KBS크랩의 “‘N번방은 아직 존재한다’ n번방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N번방 사건 정리”영상의 경우 “변기 물로 세수를 시키게 한다” “벌레가 여성의 성기에서 기어다니는” 등 범죄 행위를 지나치게 자세하게 다루고 “내 눈을 뽑고 싶었어요”와 같은 자극적인 문구의 썸네일을 썼다.

유튜버들의 영상은 더욱 심각했다. 구독자 12만명을 확보한 ‘생각모둠찌개’ 채널은 “n번방 피해자들이 이상하다”라는 문구를 넣은 썸네일 이미지를 제작했다. 영상에서는 “피해자들이 가해자들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라며 “피해자라는 사람들이 얼마나 악하고 욕심이 많은 사람들인지 그리고 이런 이들에게 정부는 왜 지원을 하면 안되는지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피해자들은 조주빈보다 더 악한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이 영상은 14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19만 구독자를 가진 ‘여명숙의 개수작 TV’ 에서는 피해자들을 “온라인 X녀”라고 부르고 “지 발로 들어갔다” “지가 좋아서 몸 팔고 똥오줌 판 게 강간문화냐” 등의 발언을 했다. 이 영상은 22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7만 조회수를 기록한 ‘사인튜브’의 영상에는 피해자들을 “절대 동정할 수 없는, 그저 자신의 성을 팔아 돈을 갈망하던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에 패널로 참석한 박정훈 오마이뉴스 기자는 “방송사 유튜브 채널은 일반 유튜브 채널보다 자극적이지 않아 모니터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번 모니터가 의미 있다”며 “유튜브 플랫폼이 자극적 콘텐츠를 소비하는 곳이라 살아남으려면 일반 기사보다 훨씬 자극적으로 편집해서 쓰게 된다. 뉴미디어 조직의 기반이 허약해 자리 잡아야 한다는 심리가 있어 지상파 채널보다 자극적인 영상이 나가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KBS  크랩 유튜브 콘텐츠 화면 갈무리.▲KBS 크랩 유튜브 콘텐츠 화면 갈무리.

박정훈 기자는 언론 보도 전반에 대해 “언론사들은 피해자 서술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편이다. 직접적인 신상을 언급한 기사는 조선일보, MBN 보도 정도로 한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를 드러내면 언론사가 큰 비판을 받기에 대신 가해자를 부각하고 피해를 선정적으로 다루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오히려 좋은 기사로 평가 받기도 한다”며 “그러나 이런 기사들이 성착취를 일상과 괴리된 일처럼 생각하게 만들고 정작 가해가 일어나는 구조에 대해서는 외면하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기자는 언론의 딜레마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텔레그램에 강간 노예들이 있다”는 국민일보 기사를 언급하며 “구조보다는 끔찍한 영상을 묘사하는 데 기사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하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기사였다. 언론이 모니터에서 지적한 점을 100% 다 지키면 정작 독자들이 큰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있고, 선정적이고 자극적으로 쓴 보도가 사건 해결에 기여를 하게 된다면 어떤 것이 더 나은지 고민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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