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불 붙인 대법관 긴즈버그 후임 싸움
“여성 대법관이 몇 명 있어야 충분한지 묻는 이들에게 나는 ‘9명이 될 때’라고 답한다. 그동안 대법관 9명이 모두 남성이었는데, 여성 대법관 9명은 어떤가”(영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나는 반대한다’ 중)
미국에서 소수자를 대변한 ‘진보 아이콘’이자 선구적 페미니스트로 불린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87) 연방대법관이 지난 18일(현지시각) 췌장암 전이에 따른 합병증으로 워싱턴 자택에서 숨졌다.
21일 언론은 긴즈버그 사망으로 공석이 된 대법관 자리가 6주 가량 남은 미국 대선의 핵심 쟁점이 된다고 예상했다. 후임 대법관 임명을 두고 보수·진보 진영이 결집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현재 대법관 이념지형도는 긴즈버그를 포함한 진보 성향의 4명과 존 로버트 대법원장을 포함한 보수 성향의 5명 구도로 유지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9일 “다음 주 후보자를 발표하겠다. 여성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 성향 인사를 임명한다면 보수 6명, 진보 3명이 돼 구도가 보수쪽으로 기울게 된다.
한겨레는 “보수 우위의 미 대법원 이념지형을 더 강화하느냐 저지하느냐 ‘역사적인 싸움’이 시작됐다”며 “도널드 대통령은 긴즈버그 빈자리를 자신의 임기(2021년 1월20일) 안에 보수 대법관으로 서둘러 채우려 하고, 민주당은 대선(11월3일) 이후로 넘겨야 한다고 맞서며 전쟁이 시작됐다”고 적었다.
통상 미 대법관은 후보 지명부터 상원의원 인준 청문회 및 표결 등 공식 임명까지 통상 70여일이 걸린다. 민주당은 대선이 40일 남은 만큼 새 대통령이 후보자를 지명해야 한다고 맞선다.
워싱턴포스트는 낙태 반대론자면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에이미 코니 배럿(48)이 후보자 1순위로 예상되며 쿠바계 여성인 바버라 라고아 판사도 물망에 올랐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즈가 지난 10~16일 애리조나·메인·노스캐롤라이나 3개 주 유권자 653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이 차기 대법관을 임명하길 바란다’는 답은 53%로 ‘트럼프가 하길 바란다’는 답변(41%)보다 12% 포인트 높았다. 뉴욕타임즈는 이에 “지지 후보를 확실히 정하지 않았거나 투표 자체에 적극적이지 않은 유권자들이 후임 대법관 임명 문제에서 바이든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여성 최초 달고 다닌, 소수자 대변한 ‘진보의 아이콘’”
서울신문, 한겨레 등은 정치적 소수자를 위해 거침없이 소수의견을 개진해 온 긴즈버그를 추모했다. 한겨레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1993년 긴즈버그를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연방대법관이자, 첫번째 여성 유대인계 대법관으로 지명하면서 ‘대법관 자리가 아니더라도 이미 역사 교과서에 실릴 만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며 “(긴즈버그는) 이성 부부가 누리는 혜택을 동성 부부는 받을 수 없도록 한 ‘결혼보호법’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이끌어내는 등 성소수자 보호와 투표권, 이민, 사형제 등 다양한 의제에서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며 미국 사법 역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법정에서 소수의견을 낭독하며 다수의견에 대해 적극 반대 의견을 펼친 것에 대해 긴즈버그는 2007년 인터뷰에서 “동료 법관들을 설득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훗날의 지성들에게 호소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신문은 “약자의 편에 서서 세상을 바꾼 그녀의 결기는 차별로 얼룩진 개인사에서 나왔다”고 추모했다. 1933년 뉴욕 브루클린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난 그녀는 17세에 코넬대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졸업 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타자수로 일했으나 임신한 뒤 일자리를 잃었다. 육아와 공부를 병행하며 1956년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했다. 당시 한 학년 500명 가운데 여성은 9명 뿐이었다. 긴즈버그는 원장으로부터 “‘남학생 자리를 빼앗으면서까지 들어온 이유를 말하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하고, 도서관 출입을 거부당하는 굴욕도” 겪었다.
서울신문은 “이후 럿거스대 교수 임용 후 ‘남성 동료와 동일한 임금’ 투쟁을 이끄는 등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바꾸는 데 직접 나서기 시작한다”며 “1972년 임신한 장교들을 자동 제대시키는 공군 정책에 대해 대법원 심리를 촉구한 글, 1973년 여군 남편에게 피부양자 혜택을 주기 위한 재판에서 ‘여성에게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우리 목을 밟은 발을 치워 달라는 것뿐’이라며 여성운동가 세라 그림케를 인용한 변론은 아직도 회자된다”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에선 18일 그의 별세가 알려지자마자 인파 1000여명이 연방대법원 앞에 모여 ‘어메이징 그레이스’ 등 노래를 불렀다. 19일 밤엔 그의 고향 뉴욕 브루클린과 뉴욕주 대법원 앞에도 수천명이 모여 촛불을 들고 기도하는 등 추모 집회를 열었다. 조선일보는 추모 열기를 전하며 “우린 왜 이런 대법관이 없나”하고 물었다.
국민일보 “줄폐업 현실, 자영업 생존기간 6개월 단축”
국민일보는 20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영업 생존기간은 6개월가량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코로나 블루, 또 다른 재난”이라는 제목의 기획보도 2부의 핵심 내용이다. “폐업 쓰나미는 자영업자들이 몰린 서울 주요 자치구 상권에서부터 시작돼 주택가 골목상권에까지 침투했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식품, 문화, 생활 등 업종 모두에 폐업 공포가 퍼졌다”는 진단이다.
분석 결과 지난 3~8월 동안 서울에서 폐업한 식당과 술집 등 7687곳 평균 생존기간은 2396일(6.56년)로 조사됐다. 이들을 생존기간 순서로 배열했을 때 가운데 값인 중간값은 1354일(3,70년)이었다. 국민일보는 “지난해 폐업한 식당과 술집 1만7151곳 생존기간 평균값(2580일·7.07년), 중간값(1535일·4.20년)보다 각각 181일, 184일 단축됐다”며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도 생존기간 수치는 각각 173일, 172일 짧다”고 분석했다.
지난 3월 이후 폐업한 식당 중 1년 미만 운영한 업체는 3138곳(40.8%)이었고, 6개월도 유지하지 못한 업체는 651개(8.5%)였다. 국민일보는 “실제 경기 악화로 1년을 채 버티지 못한 업체들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최근 10년 넘게 생존해 왔던 업체까지 폐업 쓰나미에 휩쓸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같은 줄폐업은 주요 상권에서부터 시작됐다. 지하철 2호선 부근의 주요 상권인 강남역, 홍대입구역, 신촌역, 을지로입구역, 건대입구역 등 5개 역세권 인근 상권에서만 지난 3~8월 동안 919개 업체가 폐업했다. 이 가운데 474개는 식당과 술집으로 이들 평균 생존기간 2316일은 서울시 전체 폐업 평균보다 짧았다.
국민일보는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 올해 폐업 자료 3만9180건을 전수 조사해 결과를 도출했다. 지난 3~8월 동안 서울시 내 폐업 업종 유형과 코로나19 영향을 분석하기 위한 폐업 지도도 제작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 수는 38일만에 두자릿수로 내려갔다. 20일 0시 기준 신규확진자는 82명이다. 그럼에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추가 확산세를 방지하기 위해 비수도권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한 주 더 연장했다.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 대면 모임 및 클럽·노래연습장 등 고위험시설 11곳의 운영이 계속 금지된다.
소상공인,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등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적 피해를 입은 취약계층에 이르면 오는 28일 재난지원금이 지원될 전망이다. 세계일보는 “20일 정부는 4차 추가경정예산안이 22일 국회를 통과한다는 것을 전제로 추서 전 최대한 많은 지원금은 지급하기 위한 스케줄을 잠정 정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영유아·초등학생 돌봄 지원금을 포함해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291만명에게 100만∼200만원을 지급하는 ‘새희망자금’은 28일에 자금 대부분을 집행할 예정이다. 특별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등 고용취약계층의 경우 앞서 1차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받은 50만명은 추석 전 50만원을 입금할 예정이다. 신규 지원 대상자는 추석 이후 신청을 받아 11월 중 15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구직 시도 중인 미취업 청년에게 50만원을 주는 청년특별구직지원금도 추석 전에 우선 지급하고, 나머지는 11월30일까지 지급을 완료할 예정이다.
조선·중앙 나란히 “탈원전 반대” “세계최고 원전기술 죽는다”
21일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각각 “서울·런던·파리 40國서 ‘탈원전 반대’ 메아리”, “‘세계최고 원전기술 죽는다’ 원자력 전공 학생들 1인 시위“ 등의 제목으로 ‘원자력 지지 운동’의 동시다발 1인 시위를 보도했다.
환경운동가 마이클 셸런버거가 대표로 있는 미국 환경운동 단체 ‘환경진보(EP)’가 2016년부터 주도한 운동으로, 한국에선 서울과 수원, 대전, 광주, 부산, 제주 등 전국 주요 번화가 13곳에서 100여명의 청년이 동시에 1인 시위를 벌였다. 서울대, 카이스트, 한양대 등 총 14개 대학의 원자력공학과 학생들로 이뤄진 녹색원자력학생연대와 교수, 연구원, 원전 산업종사자 등이 주축이다.
조선일보는 ”(시위) 형태와 내용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탈원전 정책의 위험성을 알리는 취지는 모두 같다. 원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면서 오히려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고,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정부의 탈원전 기조가 좀처럼 바뀔 조짐을 보이지 않자 학생들이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고 나섰다”며 “원자력은 가장 친환경적인 데다가 전기 생산 원가도 가장 싼 에너지다. 원자력을 없애면 전기요금이 올라가 서민이 먼저 피해를 보는 것은 물론, 환경 오염과 첨단산업의 붕괴를 가져온다”는 이들 주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