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쏘아 올린 언론 보도 징벌적 손해배상
법무부가 오는 28일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전면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언론사도 예외는 없다.
언론 보도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은 국회의원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하거나 정치인의 관련 주장이 있을 때마다 언론 현업 단체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져 왔으나 이번 법무부 입법 예고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전개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0월 국정감사를 마치면 법무부 추진안을 본격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내년에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을 받는 언론사가 나올 수도 있다.
법무부가 지난 23일 발표한 상법 개정안은 19개 법률에 흩어져 있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아예 상법으로 규정해 일반 분야로 확대·도입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에 따르면 상법상 회사인 언론사도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 대상이다. 오보에 대한 고의·중과실이 인정되는 경우 보도에 따른 손해의 5배 범위 내에서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상법 개정안을 두고 언론계에선 적잖은 논쟁이 예상된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인 양홍석 변호사는 “유튜브까지 일반 상행위로 보고 적용한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어마어마하게 확장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디지털 나치법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언론노조,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 현업단체는 언론 보도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반대 입장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24일 “언론사에도 적용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확대는 그간 여권 인사들이 강하게 주장해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가짜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최근 도입을 주장했다”고 강조한 뒤 “법조계에서 언론자유 위축이 우려된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번 개정안이 조국 전 장관을 비롯한 여권의 ‘입김’에 따라 등장한 것 아니냐는 뉘앙스다.
이와 관련 박철우 법무부 대변인은 24일 통화에서 “언론사를 겨냥한 법안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고의·중과실이 요건이다. 주요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거나 악의적으로 왜곡된 보도를 한 경우에 한해서만 적용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언론자유의 위축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금도 오보에 대해서는 악의성 등을 판단해 손해배상 판결이 이뤄지고 있는데, 언론이 지나치게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뉘앙스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언론위원회 김성순 변호사는 “현행 법·제도로는 실질적인 언론 보도 피해구제가 이뤄지기 어렵다. 한국의 문제점은 거액의 손해배상액이 나갈 수 있는 상황에서 제도적 뒷받침이 안 되어 있다는 사실”이라며 민변이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에 찬성이라고 전했다. 언론인권센터도 “저널리즘 회복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도입 찬성 입장이다.
한편 미디어오늘이 언론중재위원회 언론판결분석보고서를 바탕으로 2009년~2018년까지 10년간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재판 2220건(동일사건 1·2·3심 포함)을 확인한 결과 실제 금전배상으로 이어진 재판은 900건이었으며, 청구액 최빈액(가장 빈번하게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평균 7800만원, 인용액 최빈액(가장 빈번하게 선고한 손해배상액)은 평균 565만원으로 나타나 10배가 넘는 차이를 보였다. 손해배상 인용액이 500만원 이하인 경우가 전체 금전배상 사건의 47.4%, 500만원 초과~1000만원 이하가 23.4%였다.
지난 8년간 200여 곳의 국내 언론사가 잘못된 보도로 낸 손해배상 총액은 62억7088만2632원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오늘이 2012년~2019년 언론 관련 손해배상 판결을 전수조사한 결과 조선미디어그룹은 조선일보 4700만원, 조선닷컴 2532만4150원, TV조선 1350만원 등 8년간 총 손해배상액이 1억1032만4150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중앙그룹은 중앙일보 9300만원, 조인스닷컴 5365만7483원 등 손해배상액이 총 1억5582만원이었으며 동아미디어그룹은 동아일보 1300만원, 채널A 6150만원, 신동아 4000만원 등 손해배상액이 총 1억2650만원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