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너무 자극했나?…필리핀 "대중국 정책 변함없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판결 강조한 두테르테 연설 파장 진화
해리 로케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이 23일 중국에 대한 필리핀 정책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일간 필리핀 스타 등 현지 언론이 24일 보도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제17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필리핀이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관련 소송에서 승소한 것을 언급하며 타협 불가 입장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는 실리 외교를 명분으로 한 두테르테 대통령의 친(親) 중국 노선에 변화 기류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필리핀이 제기한 소송에 따라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2016년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그어 90%가 자국 영해라는 중국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판결한 것에 대해 "타협할 수 없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필리핀은 중국이 2012년 필리핀 서부 해안에서 124해리(약 230㎞) 떨어진 리드뱅크(중국명 리웨탄, 필리핀명 렉토뱅크) 스카보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 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를 강제로 점거하자 PCA에 소송을 제기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또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이 판결을 약화하려는 시도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판결을 지지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무모함에 대한 이성의 승리, 무질서에 대한 법의 승리, 야망에 대한 우호의 승리라는 판결 의미를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로케 대변인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을 해결할 수 없다면, 그것을 잠시 유보하고 특히 무역과 투자 등 우리가 나아갈 수 있는 일들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통령이 법적인 사실을 강조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중국과의 양자 관계에서 전부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번 유엔총회 연설에서 PCA 판결을 언급한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번이 두테르테 대통령의 첫 유엔총회 연설"이라며 이보다 앞서 연설 기회가 있었다면 같은 입장을 밝혔을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입장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최근 중국 해안경비대가 스카보러 암초 인근 해역에 필리핀 어민들이 설치한 어류군집장치(FAD)를 압수하는 일이 벌어지자 필리핀이 중국에 공식 항의했지만, 중국 측은 정상적인 법 집행이라고 반박하는 등 양국 간 영유권 갈등이 커지는 양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