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정치기사 20일 동안 TOP10 60%가 추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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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정치기사 20일 동안 TOP10 60%가 추미애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의혹이 이슈의 중심에 있다. 전반적으로 보도량이 많은 가운데 보수언론이 눈에 띄게 공세적 보도에 집중하고 있다. 고위공직자 자녀에 대한 의혹 제기 자체는 의미 있지만 조국 전 장관 임명 국면을 계기로 도마에 오른 정치 보도의 문제점이 다시 재현되고 있다.

추미애 장관 아들 휴가 의혹이 본격적으로 재점화된 9월1일부터 20일까지 포털 네이버에서 ‘추미애’ 키워드가 들어간 기사는 1만8516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추미애’ ‘아들’ 키워드가 동시에 들어간 기사는 1만4824건으로 나타났다. 

추미애 장관 관련 뉴스의 ‘양’만 많았던 건 아니다. 9월1일부터 20일까지 포털 네이버 정치 기사 조회수 랭킹 10건씩 총 200건 가운데 120건이 추미애 장관 관련 기사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단독 기사만 29건에 달했다. 9월 들어 정치권에선 의사파업, 통신비 2만원 지급 논란, 조수진·김홍걸 의원 재산 의혹, 윤영찬 의원 포털 외압 시도 논란, 박덕흠 의원 이해상충 논란 등이 불거졌지만 그 어떤 이슈보다 추미애 장관 의혹에 이목이 집중된 것이다.

▲ 9.1~9.20 추미애 장관 보도 네이버 정치분야 랭킹 10 진입 기사 수. 디자인=안혜나 기자.▲ 9.1~9.20 추미애 장관 보도 네이버 정치분야 랭킹 10 진입 기사 수. 디자인=안혜나 기자.

매체별로 구분하면 보수 언론이 집중적으로 기사를 쏟아내고 있었다. 9월1일부터 20일까지 주요 방송사 메인뉴스의 추미애 장관이 언급된 보도량을 추산한 결과 TV조선 97건, 채널A 79건으로 두 종편의 보도가 가장 많았다. KBS(20건)와 MBC(14건) 보도량과 비교했을 때 상당한 차이다. 

같은 기간 종합일간지 지면(추미애 언급 키워드 분석)의 경우 조선일보가 189건으로 추 장관 의혹을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했으며 뒤를 이어 문화일보 136건, 중앙일보 116건, 동아일보 115건으로 보수 신문은 하루 5건 이상의 기사를 쏟아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향신문(67건)과 한겨레(52건)의 관련 기사량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보수언론의 기사가 실제 여론에 미친 영향은 양으로 드러난 수치 이상으로 추정된다. 20일 간 네이버 조회수 랭킹 10위권에 오른 추미애 장관 아들 의혹 관련 기사 120건은 대부분 보수 신문의 기사였다. 특히 중앙일보(45건)와 조선일보(42건) 보도가 120건 중 87건에 달해 과반 점유율을 보였다. 이번 논란에서 두 신문이 실질적으로 여론에 영향을 미치며 이슈를 주도했다는 점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같은 기간 연합뉴스와 경향신문은 2건에 그쳤으며 한겨레·KBS·MBC는 1건도 없었다. 
 

▲ 9.1~9.20. 추미애 장관 관련 방송 메인뉴스 보도량. 그래프=안혜나 기자▲ 9.1~9.20. 추미애 장관 관련 방송 메인뉴스 보도량. 그래프=안혜나 기자

 

▲ 9.1~9.20 추미애 장관 뉴스 신문 지면 보도량. 디자인=안혜나 기자.▲ 9.1~9.20 추미애 장관 뉴스 신문 지면 보도량. 디자인=안혜나 기자.

보수언론은 ‘의혹’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면서 대상을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불공정’ 프레임을 전면에 내걸었다. 11일 조선일보는 “장병들 ‘우리도 전화로 휴가 연장해도 되겠네’” 기사를 통해 추미애 장관 측에 유리한 판단을 한 국방부 해명을 꼬집었다. 앞서 9일 조선일보는 “내 아들은 철심 박고 군 복무중인데…엄마가 추미애가 아니라서 미안해”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8일에는 “흙수저 일병은 복귀 17분 늦었다고 감옥 갔다”란 단독 기사를 냈다. 해당 병사는 집행유예 기간에 군무이탈을 한 것으로 추미애 장관 아들과 동등 비교는 어려운 사례였다.

이번 논란은 추미애 장관 아들이 부대에 미복귀한 상황에서 청탁 또는 외압의 대가로 휴가가 연장됐는지 아니면 정상적 연장이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언론 입장에서는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만한 정황이 있다. 법적 쟁점과 별개로 의원실 보좌관이 관련 업무를 수행한 사실에 여론이 납득하기 힘든 면이 존재한다. 국방부가 불명확한 해명을 내놓으면서 의문을 해소하지 못하기도 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해명을 보면 해결된 점도 있고 미흡한 대목도 있다. 진실을 가려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국민적 공분이 보도를 유도하느냐, 아니면 보도가 국민적 분노를 유발하느냐를 따져야 하는데, 추 장관 보도의 양은 국민적 관심보다 훨씬 비대하다”고 지적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정부 질의에 답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정부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특히 보도 경쟁이 이어지면서 관심이 과도하게 집중되고 일부 과도한 보도가 이어졌다. 채널A는 지난 18일 추미애 장관 아들의 휴가 만료 직전 해당 부대 병장 회의에서 연장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진술을 보도했다. 진술이 이뤄진 건 사실이지만 ‘병장 회의’가 실제 권한이 있는 기구가 아니라는 반박이 이어지면서 ‘풍자’의 대상이 됐다. 

의혹이 ‘휴가 복귀’ 쟁점을 넘어서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추 장관 아들이 자동차 구매 과정에서 장애가 있는 아버지를 통해 혜택을 받은 ‘꼼수 세테크’ 의혹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TV조선은 딸의 비자 청탁 의혹을 보도했다.

이 가운데는 ‘무리수’도 적지 않았다. 조선일보의 “무릎 아프다던 추미애 아들, 나랏돈 받으며 프로 축구단 인턴 중” 기사는 ‘무릎 아프다’와 ‘축구단’을 대조했지만 행정 업무를 하는 인턴직으로 ‘축구를 하는 것’과는 무관했다. 논란이 되자 조선일보는 “60대1 뚫고…나랏돈 받으며 프로축구단 인턴 중”으로 기사를 수정했다. 

조선일보는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딸 식당을 홍보하고 법무부 홍보대사로 위촉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홍보대사’가 아닌 ‘멘토단’이었고 추 장관 재임 이전부터 이뤄진 활동으로 드러났다. 언론은 추미애 장관 딸의 봉사단 관련 의혹도 집중적으로 제기했는데 딸이 뒤늦게 합류하긴 했지만 추 장관이 개입했다는 ‘근거’가 제시되지는 못했다.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최영일 평론가는 “이슈의 흐름을 보면 조국 전 장관 사태와 추미애 장관 사태가 닮았다. 조국 장관 임명 국면에서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었지만 가족의 사생활이 파헤쳐질 정도인지 의문을 남겼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들이 안 되니 딸에 의혹을 제기하고, 야당 의원 시절에 쓴 업무추진비까지 파헤친다”며 “사퇴를 위해 정치권과 언론이 함께 움직이는 듯한 흐름은 너무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봉우 미디어 활동가는 “고위공직자이니 적극적으로 보도할 수 있지만 상식선에서 허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가 있었다”며 “단순히 많이 보도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많이 보도하려면 그만큼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보도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한 언론사 정치부 기자는 추미애 의혹 보도를 두고 “조국, 윤미향 논란과 비슷하다. 신상털기식 막무가내 의혹 제기 보도로 정작 필요한 보도마저 사라지게 만드는 경향이 짙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다”며 “인근 부대원을 ‘아저씨’라고 부른다고 지적한 보도나 병장 선임회의, 딸 식당에서 총 200만원을 썼다는 보도처럼 ‘어그로’ 끄는 보도가 적지 않았다”고 했다.

논란이 확산되는 데는 여당 일각의 안일한 대응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있다. 황희 의원이 제보자 실명을 거론하며 ‘단독범’이라고 표현하는 등 여당 인사들의 발언이 구설에 올랐고 ‘안중근 의사’를 불필요하게 언급한 여당 논평이 논란이 됐다. 

한 언론사 정치부 기자는 “전선이 ‘모’ 아니면 ‘도’로 이어진 구도에서 보좌관 개입 여부처럼 원래 파헤쳐야 했던 사안이 사라진다”며 “한쪽에서는 편을 들겠다면서 안중근과 비교하는 등 문제적 대응이 나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언론사 정치부 기자는 논란이 확산되는 배경에 대해 “몇몇 여당 의원들을 만나면 ‘그래도 국민의힘보다는 우리가 낫지 않느냐’는 식의 얘기를 하는데 이런 인식에서 안일한 대응이 나오는 거 같다. 불법, 합법의 영역으로만 나눠 볼 이슈가 아니다. (여당의) 대응 과정에서 국민 눈높이와 차이가 더 벌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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