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사고낸 백신 유통업체 고위 정치권 밀약설 의혹 제기
정부의 소홀했던 독감 백신 유통 관리 과정 지적한 언론들
정부는 22일부터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청장 정은경)은 하루 전날인 21일 오후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을 2주간 중단한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장은 “백신이 2~8도의 냉장유통이 기본인데, 유통 과정에서 실온에 노출됐다는 제보가 접수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가 생긴 백신은 13~18세 청소년 234만명 등을 대상으로 접종할 예정이었던 500만명분이다. 이를 담당하는 의약품 유통업체 신성약품이 500만명분을 보건소 등에 배달하는 과정에서 일부가 5분 정도 실온에 노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생후 6개월~9세 미만 어린이 접종은 2회 접종하는 데 지난 8일부터 접종이 시작됐다. 질병관리청은 “청소년들이 맞는 백신과 다른 경로로 유통돼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침 종합일간지들은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비슷한 한두 가지 질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한겨레 등은 백신 대규모 유통을 처음 맡은 업체인 ‘신성약품’의 미숙한 점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의료계의 입을 빌려 정부가 낮은 백신 단가를 고집하다가 이렇게 됐다고도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문제를 발견해 예방접종을 멈춘 것이 다행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2면 “백신 대규모 유통 처음 맡아, 차에서 차로 옮기다 상온 노출”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초유의 독감 백신 무료접종 중단 사태는 국가 조달 백신을 의료기관으로 배송하던 민간 위탁업체가 백신을 차에서 차로 옮기던 중 일부를 상온에 노출시켰기 때문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백신 조달·공급을 총괄한 업체는 올해 이 사업에 처음 뛰어든 의약품 도매 중소기업 신성약품이다. 신성약품의 미숙한 유통 관리와 최종 공급까지 여러 단계·업체를 거치는 복잡한 유통 구조 등이 이번 사태의 한 원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정부가 낮은 단가를 고집하다 이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8면에 “이날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신성약품이 조달한 독감 백신이 아이스박스가 아닌 종이 상자에 담겨 왔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신성약품 김진문 회장은 ‘종이 상자에 담긴 백신을 냉매가 든 캐리어에 담아 운반하는 것 자체가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나 큰 트럭에서 작은 트럭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땅바닥에 내려 놓은 것은 잘못이 맞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올해 공공 접종용 독감백신 유통 입찰은 4차례나 유찰됐다. 결국 이달 초 5번째 입찰에서 신성약품이 1회분당 단가 8620원(고령층 기준)으로 낙찰을 받았다.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조달 단가를 너무 낮게 잡은 탓에 다른 업체들이 입찰에 응하지 않거나 낙찰을 받은 업체도 확약서 제출을 포기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고 썼다. 동아일보는 3면에 “정부가 제시한 조달 입찰가는 8790원으로 시중 가격에 많이 못 미친다. 지난해 서울 의료원 및 서울시 산하 의료기관 4가 백신 입찰가는 1만8000원이다”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의료계 입을 빌려 신성약품이 고위 정치권과 밀약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의료계에서는 ‘신성약품이 돌연 공공 백신 유통에 나선 건 고위 정치권과 밀약이 있기 때문 아니냐’는 설이 돌았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정치권과는 어떠한 사업적 얘기도 오간 것이 없다.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당국이 이상 징후를 빨리 발견하고 예방접종을 중단한 것에 방점을 뒀다. 경향신문은 “예방접종 일정에 차질이 생긴 것은 유감이지만, 접종 직전 문제점을 발견해 신속히 조치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접종 시작 후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며 “당국은 백신의 효과뿐 아니라 다른 안정성 문제를 최우선으로 조사해야 한다. 무료접종대상이 대폭 늘면서 일정에 쫓겨 전반적으로 안전관리에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당국의 느슨한 관리가 어처구니 없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초유의 사태다. 코로나19로 놀란 국민의 가슴이 독감 백신 사고로 한 번 더 철렁 내려앉았다. 당국의 관리가 얼마나 느슨했길래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는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 선별지원으로 바꿔
4차 추가경정예산안이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여야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7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에 합의한 것이다.
여당이 주장해 최대 쟁점이었던 ‘13살 이상 전 국민 통신비 지원’은 지급 대상을 축소했다. 통신비는 16~34살, 65살 이상에게만 지급하기로 했다. 9200억원이던 관련 예산에서 5200억원이 삭감됐다. 삭감된 예산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 시 물량 확보를 위한 예산을 증액하고 독감 백신 무료 접종 대상을 늘리는 데 합의했다. 또 중학생 학령기 아동(13~15살)에게는 15만원의 비대면 학습지원금도 지원한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정부가 4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11일 만으로 추경안을 이렇게 짧은 기간에 처리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한계상황에 처한 자영업자 등 피해계층을 구제하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데 여야가 공감한 결과로 평가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여당이 야당의 요구에 맞춰 한발 물러선 점을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아동특별돌봄비 확대 등 예산이 증액된 사업의 상당수는 국민의힘의 요구를 여당이 수용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대표가 국민에게 약속한 ‘전국민 통신비 지원’에서 ‘선별 지원’으로 물러선 것도 여당으로선 정치적으로 쉽지 않은 결정이다. 추석 전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여당이 유연성을 발휘한 것이 협상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결국 바뀐 전국민 2만원, 재난지원에 ‘정치 선심’ 끼워넣지 말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정부는 ‘코로나로 비대면 활동이 급증해 늘어난 통신비 부담을 덜어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핑계일 뿐이다. 실제로 올 2분기 통신비 지출은 1년 전보다 2% 감소했다. 국가 부채가 너무 늘어 지난 총선 때처럼 전 국민에게 돈을 뿌릴 수 없게 되자 ‘통신비’라는 명분이라도 만들어 또 전국민에게 현금을 살포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재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을 이용해 거기에 ‘정치 선심’을 끼워 넣으려 한다. 국민이 둘이 구별해 살피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