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 질문조차 추미애 인사청문회로 둔갑시킨 시사대담
종편의 문제발언 중 핵심을 뽑아 알려드리는 ‘종편 뭐하니?’입니다. 9월14~17일 국회에서는 대정부 질문이 진행됐어요. 국회법 제122조의 2에 따른 대정부 질문 제도는 국회가 회기 중 기간을 정하여 정부의 국정 전반 또는 국정의 특정 분야에 관해 질문하는 것을 말해요. 정치, 외교‧통일‧안보, 경제, 교육‧사회‧문화 분야로 나눠서 이뤄지고요.
이번 대정부 질문은 야당인 국민의힘이 제기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휴가 특혜 의혹’으로 인해 분야와 상관없이 추 장관 관련 질의가 많이 이뤄졌어요. 경향신문은 <‘추미애’만 읊다 끝났다>(9월18일)에서 ‘나흘간 대정부 질문은 민생을 외면하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주도권 싸움만 하다가 끝났다’고 평가했어요.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도 ‘추미애 장관만 남은 대정부 질문’이라고 했을 정도죠. 그럼 정말로 대정부 질문의 온 관심이 ‘추미애 장관’에만 집중됐을까요?
대정부 질문 1148분 중 ‘추미애’ 310분
머니투데이 <추미애 타임 310분… 대정부 질문이 남긴 것>(9월19일)은 대정부 질문에서 ‘추미애 장관 자녀 논란’을 놓고 질의응답이 이뤄진 시간을 측정했어요. 그 결과 “총 44명의 국회의원이 질의자로 나서 국무의원들과 주고받은 질의응답 시간은 약 1148분”이었고 “추 장관 자녀 문제를 거론한 시간만 약 310분”이었어요. 다시 말하면 대정부 질문 전체시간 1148분 중 약 310분은 추 장관 관련 질의응답이 이뤄졌지만, 나머지 838분은 ‘추 장관 의혹’ 외에 현안 관련 질의응답이 이뤄졌다는 것을 뜻해요.
실제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월14일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자녀돌봄 대란’ 문제를 지적했어요. 자녀돌봄은 부모의 권리이므로 현행법상 육아휴직과 가족돌봄휴직, 가족돌봄휴가 등 제도를 정비하여 아이 한 명당 출산 전부터 만 12세까지 부모 합산 500일까지 휴가‧휴직을 부여하자고 주장한 거예요. 같은 날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코로나19 방역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표본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며, 더불어민주당 최기상 의원은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사법부 인사에 국민 참여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9월15일 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에게 ‘민족주의 통일담론이 유효성을 다했다’고 지적하기도 했고요.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게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해 질의했어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9월 16일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87년생 청년 정치인이 87년의 청년들께’라는 제목으로 연설했어요. “제가 태어난 해에 87년 민주화가 이루어졌습니다. 87년의 모든 청년들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1987년의 정의가 독재에 맞서 싸우는 것이었다면 지금의 정의는 불평등과 기후위기에 맞서 싸우는 것입니다”라며 ‘87년의 모든 청년(586 민주화세대)’에게 ‘불평등과 기후위기’에 함께 맞설 것을 호소했죠.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추미애 대정부 질문’ 48.6% 집중
이처럼 대정부 질문에서는 ‘추미애 자녀 논란’ 외에 정책관련 질의응답도 이뤄졌지만, 대다수 언론은 주목하지 않았죠. 대정부 질문이 실시된 9월14~18일, 종편3사 시사대담 프로그램은 방송 전체의 30% 넘는 시간을 할애하며 추 장관 관련 질의응답을 중심으로 전했어요.
이른바 ‘추미애 대정부 질문’을 가장 많이 방송한 시사대담 프로그램은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이었어요. 대담 전체의 절반 가까운 48.6%나 다룬 거예요.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와 MBN <아침&매일경제>, 채널A <뉴스TOP10>도 각각 34.2%와 33.2%, 32.6%로 종편3사 시사대담 프로그램 평균인 30.8%를 웃돌았어요. MBN <뉴스와이드>와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는 각각 25.7%와 11.1%로 다른 시사대담에 비해 적게 다룬 편이었죠.
그러나 종편3사 시사대담 프로그램은 대정부 질문에서 이뤄진 ‘정책 관련’ 내용을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어요.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며 당청이 내놓은 ‘만 13세 이상 전 국민 통신비 지원책’을 두고 실효성을 논하는 과정에서 나온 ‘통신비 관련’ 질의를 잠깐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죠.
‘대정부 질문 본래 취지 발휘 안 됐다’는 TV조선의 유체이탈
대정부 질문이 끝난 다음 날인 9월18일, ‘추미애 대정부 질문’에 가장 많이 집중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에서는 유체이탈에 가까운 발언이 나오기도 했어요. TV조선 김관 기자가 “특히 어제는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 질문 날이었는데요. 코로나19나 4차 추경안 편성 등 시급한 국정 현안이 많았는데 추 장관 자녀 의혹에 모든 초점이 맞춰지면서 대정부 질문의 본래 취지가 발휘되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한 거예요. 그러나 정작 추 장관 자녀 의혹에 초점을 맞춰 대정부 질문의 본래 취지가 발휘되지 못하도록 방송한 건 <보도본부 핫라인>이었어요. 대정부 질문을 전하며 ‘추미애 대격돌 예고’, ‘추미애 난타전’, ‘추미애 공방 2라운드’ 등 자극적인 소제목으로 질의응답에 집중했고, 대정부 질문의 취지를 잃게 만든 셈이었죠.
MBN <아침&매일경제>는 9월17일 종편3사 시사대담 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전날 대정부 질문에서 나온 정의당 장혜영 의원 연설을 일부 소개했어요. 하지만 ‘586 민주화세대에게 불평등과 기후위기에 함께 맞설 것을 호소’한 내용을 ‘정의당이 민주당의 주력세대‧그룹에 대한 비판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하여 정쟁을 부추겼어요. 9월18일엔 같은 날 조선일보 <“난 무한인내 중, 야는 궤변 책임져라” 버럭… 추미애 ‘1일 1논란’>과 경향신문 <‘추미애’만 읊다 끝났다> 보도를 소개하며 대정부 질문에서 ‘추미애’밖에 없었다고 비판했어요. 이 과정에서도 출연자들은 여당이나 야당을 탓하기에 바빴고, 대정부 질문에서 나온 정책관련 질의는 설명해주지 않았어요.
대정부 질문에서 민생은 뒷전이고 ‘추미애 자녀 논란’으로 질의응답 시간을 채운 여야 의원들은 비판받아 마땅해요. 언론도 마찬가지예요. 추 장관 관련 질의응답 외에 양질의 정책질의가 있는데도 충분히 다뤄주지 않았죠. 종편3사 시사대담 프로그램은 나흘간 대정부 질문에서 시청자 눈길을 쉽게 끌 수 있는 ‘추미애 자녀 질의응답’에 집중하며 여야의 자극적 발언만 반복해서 전했어요. 과연 종편이 ‘대정부 질문이 본래 취지를 발휘하지 못했다’고 비판할 자격이 있을까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9월 14~18일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 MBN <아침&매일경제>(평일)<뉴스와이드>(평일)
※ 시간은 31초부터 1분으로 올림하여 계산했으며, 비율은 소수점 둘째자리에서 반올림하여 계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