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추미애… 추미애 블랙홀 되다
한쪽에서는 다 밝혀졌다는데 다른 한쪽에선 의혹이 끊이지 않는단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군대 휴가 의혹이 이어지고 있지만 선명한 건 없다. 큰 줄기는 추 장관 아들 서씨가 병가를 부당하게 사용했느냐다. 서씨는 지난 2016년 11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카투사(미8군 한국군지원단)로 복무했다. 2017년 5월 무릎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삼성서울병원)을 받은 뒤에는 2차례 병가와 1차례 개인휴가까지 휴가를 세 번 연달아 사용했다. △6월5일~6월14일(1차병가) △6월15일~6월23일(2차병가) △6월24일~6월27일 개인휴가 순이다.
관련 의혹은 지난해 12월 처음 불거졌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과거 추미애가 군부대에 전화해서 아들의 휴가 미복귀를 무마시켰다’는 의혹이 나왔다. 12월27일 일요신문 보도([단독] 추미애, 카투사 군복무 아들 휴가 미복귀 무마 의혹)로 처음 제기되고 사흘 뒤, 인사청문회에서는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추 장관 아들이 남들보다 휴가를 2배 나갔고, 복귀하라 했더니 추미애가 친히 전화를 걸어왔다’는 익명의 제보를 공개했다. 빗발치는 자료 제출 요구에 추 장관은 “SNS상 근거 없는 것이 떠돌기 때문에 아들에 대한 정보 제공을 동의 안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로부터 수개월이 지난 8월 말, 본격적인 쟁점화가 이뤄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추 장관 아들이 근거 없이 특혜로 휴가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김도읍 의원은 지난달 25일 서씨와 같은 기간 근무했던 당직사병 인터뷰를 공개했다. 2017년 6월25일 당직사병 A씨가 이틀 전 복귀했어야 할 서씨가 돌아오지 않은 사실을 파악했고, 서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부대로 돌아오라’고 했다는 내용이다. A는 이후 상급부대 대위가 찾아와 ‘휴가는 내가 처리했다. 미복귀자가 아닌 휴가자로 보고를 올려라’ 말했다고 했다.
이후 ‘추미애 당대표 시절 보좌관이 서씨의 휴가를 문의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1일 조선일보 보도([단독] “추미애 보좌관, 군에 전화해 휴가 연장 요청”)로 검찰이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고 알려진 뒤, 2일 신원식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보좌관 전화를 직접 받았다는 군 인사 녹취록을 공개했다. 1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에 출석한 추 장관이 ‘보좌관 통화 의혹’에 대해 “그런 사실이 있지 않다” “보좌관이 뭐 하러 그런 사적인 일에 지시 받겠느냐”고 부인하자마자 이를 반박하는 제보가 공개된 것이다.
종합하면 추 장관 아들 서씨는 무단으로 휴가에서 미복귀했으나 뒤늦게 휴가자로 처리됐고, 추 장관이 야당 대표였을 때 보좌관이 군대에 병가 연장을 문의했다는 주장이다. 서씨 측 변호인단은 서씨가 당직사병 A씨와 통화한 사실이 없으며 당일 당직 사병도 A씨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서씨 휴가와 관련한 군의견 소견서, 병원 진단서, 전산 기록, 휴가 명령지 등 근거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는 지적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육군규정상 병사 의료기록이 5년간 보관돼야 한다며 자료부재 자체도 문제라고 주장하는데, 서씨측은 카투사인 서씨 관련 서류는 1년간 보관하게 돼 있다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서씨 휴가 사용에 절차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10일 ‘언론보도 관련 참고 자료’를 내고 “청원휴가는 최대 30일까지 전화로 연장할 수 있고 군 병원 요양심사는 민간병원에 입원하는 경우가 아니면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정경두 전 국방부장관도 “절차에 따라 병가와 휴가가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국회에서 밝힌 바 있다. 다만 병가 관련 기록이 사라진 경위, 당직병사 A씨와 서씨 통화 논란, 보좌관 전화와 관련해서는 해명하지 않았다. 적극적인 규명 책임을 피하면서 국민의힘으로부터 ‘국방부 아닌 추(미애)방부’라는 비아냥을 샀다.
보좌관 통화 등에 대한 추 장관 개입 정황이 드러나지 않은 시점에 ‘추미애 부부의 민원전화’ 의혹도 추가로 제기됐다. 신원식 의원은 16일 서욱 국방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서씨 휴가 연장 관련해 전화가 왔다. 사실을 확인해보니까 추미애 장관 남편 분으로 기재가 돼 있다, 목소리는 여자분이었는데’ 이런 제보가 왔다”며 국방부가 사실을 밝혀 달라는 식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21일 김도읍 의원은 서씨 상급자였던 지원반장 연대통합행정업무 민원 기록에 ‘부모님께서 민원을 넣으신 것으로 확인’이라 기재돼있다고 공개했다.
추 장관은 의혹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추 장관은 다음날 1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저는 민원을 넣은 바 없다. 제 남편으로부터도 민원을 넣은 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서씨 변호인은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이용한 비겁한 정치공세”라며 “마치 추 장관이 직접 전화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부추기는 악의적인 주장”이라고 입장문을 냈다. 이 의혹이 규명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민원실 통화기록 1500여건 등 압수물을 분석했지만 추 장관이나 남편 전화기록은 찾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마지막으로 서씨의 자대 배치와 보직에 관한 의혹이다. 11일 서씨 복무 당시 지원단장이었던 이철원 전 대령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지원 통역병을 선발할 때 서씨 관련 청탁 전화가 왔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령은 서씨의 용산 자대배치를 청탁하는 전화가 왔다는 주장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카투사 자대 배치는 컴퓨터 난수 추첨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청탁 주장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서씨 측은 서씨가 실제 용산에 배치되거나 통역병으로 선발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들을 요약하면 이렇다. 보좌관의 군 부대 전화 자체는 사실로 굳어지고 있지만 추 장관의 지시나 이에 따른 외압이 작용했는지는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 휴가·병가 사용의 경위와 절차에 대해서는 ‘문제 없다’는 국방부 입장을 뒤집을 ‘스모킹 건’이 발견되지 못했다. 추 장관이나 배우자가 직접 부대에 전화를 걸었는지도 마찬가지다. 병가 연장, 자대배치 등 청탁 의혹이 불거진 사안 대부분은 실제로 이행되지 못했다. 법적으로 혐의가 인정되거나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되는 가운데, 공은 이번에도 검찰에 넘겨졌다.
정국은 여전히 추미애로 들끓고 있다. 진행된 대정부질문, 4차 추가경정예산안 등 심사가 정교하게 이뤄져야 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방부장관 인사청문회를 비롯한 국방위원회 등 거의 모든 국회 일정에서 ‘추미애’가 등장했다.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외압 및 특혜 의혹은 국회가 적극적으로 규명해야 할 사안이지만 밝혀진 의혹은 없고 여야 간 난타전이 전시됐다. 국회 본연의 업무는 뒷전이 된 셈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7일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이 절망할 거라 생각한다. 이제 좀 벗어나서 국정을 논의하면 좋겠다”며 “국민의힘은 시민단체가 아니고 제1야당 아니냐, 국정을 논의하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추미애 장관과 국민의힘 의원들의 설전도 연일 중계되고 있다. △7월27일 국회 법사위에서 추 장관 관련 수사와 법무부차관 인사를 연관짓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소설 쓰시네” △9월17일 국회 대정부질문 당시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공정은 근거 없는 세 치 혀에서 나오는 게 아니란 걸 국민은 잘 알고 계실 것” △9월21일 법사위 회의가 정회된 뒤 서욱 국방부장관과 대화에서 “어이가 없다. 저 사람(김도읍 의원으로 추정)은 검사 안 하고 국회의원 하길 참 잘했다. 죄 없는 사람 여럿 잡을 것 같다”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엄마의 상황을 이해해 달라” “(엄마가) 공인이고 당대표여서 (아들에게) 미안했고 지금도 미안하다” 등 감성에 호소하는 모습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응은 강대강 국면에 힘을 보탰다. 황희 의원이 제보자 A씨 실명을 SNS에서 거론하며 ‘단독범’이라고 표현했다가 글을 수정하고 “유감”을 표한 게 대표적이다. “탄핵 당한 박근혜를 사랑하는 일부 정치 군인, 검찰 개혁을 저지하려는 정치 검찰, 수구 언론이 만들어낸 정치 공작 합작품”(정청래 의원)이라거나 “옛날에는 쿠데타까지 일으키다 그런 게 안 되니 국회에 와서 공작을 한다”(홍영표 의원)는 발언들은 이번 의혹을 ‘공작의 결과’처럼 몰아갔다. 추 장관을 둘러싼 일부 의혹들처럼 이런 주장 역시 실질적 근거에 따른 진상과는 거리가 멀다. 급기야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추 장관 아들에 대해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위국헌신군인본분)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한 것”이라고 표현한 공식 논평을 냈다가 사과하고 삭제했다.
사실이 규명되기 전부터 의혹 제기를 ‘가짜’로 치부하는 저변에는 법무부장관에 대한 공격을 검찰개혁에 대한 공격과 동일시하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종민 최고위원은 “추 장관에 대한 정치공세”는 “검찰개혁을 흔들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4일, 9일, 11일, 14일, 16일, 18일 최고위원회의를 비롯한 공개석상에서 추 장관 측 해명 창구로 역할했다. 여론은 신중한 편이다. 최근 여론조사들에서 추 장관 사퇴에 대한 찬반이 팽팽하고, 의혹을 특검에 맡겨야 한다는 응답자가 과반에 이르기도 했다. 지난 ‘조국 사태’처럼 여론이 요동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사태를 차분히 지켜보는 국민이 다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관계는 분명히 가리되, 과잉 대응은 자제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 우리가 얻은 교훈”이라는 이낙연 대표의 말이 말로만 끝나지 말아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