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 두고 여야 논쟁
국회에서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과 북한 개별관광 허용 촉구 결의안 처리 문제를 놓고 여야가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북한이 지난 22일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을 사살하고 불태운 사실이 23일 알려지면서 남북관계 개선 관련 결의안을 처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8일 오전 열린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북한 개별관광 허용 촉구 결의안’이 상정됐다. 야당은 법안 상정자체를 철회하거나 안건조정위원회로 넘기자고 주장했고 여당은 일단 법안소위원회로 넘겨 논의하기 적절한 시점까지 기다리자고 주장했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외통위 간사)은 결의안 철회를 주장했다. 김 의원은 2008년 금강산관광을 갔다가 피살된 박왕자씨 사건을 언급하면서 “북한은 한마디 사과도 없고 진상규명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며 “국민들이 북한에 의해 무차별로 생명을 잃고 있는데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개별관광을 추진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한 뒤 “남북공동조사,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조치, 공식 사과 등이 우선이고 결의안들을 추진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어업공무원 피격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화상 UN연설에서 ‘종전선언이 필요하다’, ‘남북간 평화경제가 필요하다’고 한 것을 말하며 “국민이 무참하게 살해된 상황에서 대통령이 그런 연설은 하는 게 타당하냐는 이야기를 엄중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국회도 이 상황에서 개별관광 허용 촉구 결의안, 종전선언 결의안을 통상적인 안건과 똑같이 법안소위에서 심의해 결정을 짓겠다는 것은 성급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여당이 해당 결의안을 법안소위에 넘겨 강행처리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이번에 처리하지 않는다고 절차를 무시하는 건 아니니 정무적 판단을 해줘야 한다”며 “여당은 마이웨이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국민들에게 줄 수 있도, (결의안들을) 그대로 처리하게 되면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해당 결의안에 대해 송영길 외통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언론에는 상정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왜 상정됐는지를 물었다. 뉴데일리 보도를 보면 송영길 외통위원장은 24일 본지와 통화에서 “(종전선언 결의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며 급히 전화를 끊었다. 문 대통령이 UN총회 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강조하자 23일 여당 등 174명 의원이 지난 6월 발의한 결의안을 상정하기로 결정한 지 하루만이다. 태 의원은 해당 언론보도와 달리 왜 전체회의에 상정됐느냐고 물었다.
이에 송영길 위원장은 “언론에 인터뷰한 기억이 없는데 체크해보겠다”며 “숙려기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상정이 되고 법안소위나 안건조정위로 결정은 여야간사가 회의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법안 자체를 상정조차 하지 않기도 했는데 이는 ‘일하는 국회 원칙’에 맞지 않으니 법안소위나 안건조정위로 보내겠다”고 말했다.
여당은 법안소위로 넘기되 적절한 시점이 됐을 때 논의하자고 했다. 여당 단독처리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영호 민주당 의원(외통위 간사)은 “법안소위에서 국민들 눈높이를 감안하고 여야 의원들이 논의할 때가 되면 정무적 판단과 함께 심도있게 논의하자”며 “여야 입장이 사실 비슷하기 때문에 여당에서 법안소위에서 강행처리하겠다는 게 아니고 당장 처리하겠다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영주 민주당 의원도 “(공무원이) 살해됐던 시점에 결의안이 올라온 게 아니므로 정무적 판단도 필요하지만 절차에 따라 법안소위에 올리자”며 “대통령께서도 살해된 것에 대해 진상조사를 하자고 북에 요청했고, 법안소위에 올린다고 바로 처리되는 게 아니니 진상을 밝히고 정무적 판단을 해서 논의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종전선언 자체를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종전선언을 지지하는데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하는 건지 아니면 종전선언을 반대하는데 지금은 더더욱 때가 아니라 반대하는지 정말 여쭙고 싶다”며 “2018년 종전선언을 기대했지만 무산됐는데 그때 이뤄졌다면 이번 불행한 사태도 없어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