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피살 사건 공동조사 제안에 뒷북 비판
청와대가 북한의 우리 공무원 피격 사태에 대해 남북 공동조사를 27일 제안했다.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단히 미안한 마음”이라고 밝힌 지 이틀 만이다. 28일자 전국단위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1면 머리기사 등을 통해 해당 사안을 다뤘다.
아래는 28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다.
경향신문: 남 “공동조사”...북 “영해 침범 말라”
국민일보: 北 “영해 침범: 억지에도...정부 “신속 사과 긍정 평가”
동아일보: NLL 이남 수색에 北 “영해 침범”
서울신문: 北 “영해 침범 말라” 억지에...靑 “공동 조사하자”
세계일보: 공동조사 하자는데 영해침범 말라는 北
조선일보: 국민 죽인 책임은 안묻고...靑 “北 긍정평가”
중앙일보: “큰 물음표, 대한민국에 묻다”
한겨레: 북 “주검 찾으면 인도”...정부, 공동조사 요청
한국일보: 靑, 후속조치도 늑장...北에 공동조사 ‘뒷북 요청’
한국일보(靑, 후속조치도 늑장...北에 공동조사 ‘뒷북 요청’)는 “청와대의 뒷북 요구에다 군 당국의 침묵까지 겹치면서 북한이 이번 사건에 대한 남북 공동조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라고 전망했다. “A씨가 북한군 피격으로 사망한 지 이틀이 지나서야 군 발표와 대통령 지시가 나온 데 이은 것으로 후속 조치마저도 뒷북 대응이란 논란을 자초하는 모습”이라며 “북한과 대북 비판 여론 사이에서 청와대가 모호한 대응 기조를 이어가면서 국방부까지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북한은 되레 남측이 시신 수색 과정에서 북한의 영해를 침범했다는 적반하장식 주장까지 펼쳐 북한의 성의 있는 진상 규명 의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봤다.
한겨레(정부 ‘남북 통신선 재가동해 수색 정보교환’ 타협책 제안)는 “정부가 ‘공동조사’를 처음부터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데에는, 이런 식의 ‘돌발 사건’과 관련한 남북 공동조사의 선례가 없다는 부담이 작용한 듯하다”고 전했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망 사건 땐 남쪽의 ‘남북 당국 현장 공동조사’를 북쪽이 거부했고,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 땐 북쪽의 ‘국방위원회 검열단 파견과 공동조사’ 제안을 이명박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던 사례를 들었다. 한겨레는 “이런 사정 탓에 북쪽이 ‘공동조사’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면서도 “정부의 ‘공동조사’ 제안이 ‘현장 조사’를 적시하지 않고 ‘소통·협의·정보교환’에 방점을 찍은데다, 김정은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는 등 북쪽의 전례 없는 태도에 비춰 ‘새로운 선례’의 창출이 전혀 불가능하진 않으리라는 기대도 나온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A씨 시신을 수색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앞서 북측이 A씨를 사살한 뒤 시신을 태워 훼손했다고 발표했으나. 북측이 “부유물”을 태운 거라고 발표하자 A씨를 찾기 위한 수색 작업에 돌입했다. 조선일보(“시신 안태웠다” 해명에...정부, 수색함정 39척∙항공기 6대 투입”)는 이를 두고 “군 안팎에선 ‘시신이 재 가루가 돼 바다에 흩어졌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시신을 찾겠다고 바다를 헤집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북한이 총격을 가하고 부유물 위에 있던 A씨가 사라졌다고 주장하자, 이에 보조를 맞추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이 시신을 태우지 않았다는 일방적 주장에 따라 요란하게 뒷북을 친다는 느낌” “북한의 만행을 규탄했던 군의 이후 대응을 보면 정치적 상황을 의식한다는 의구심을 낳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익명의 군 관계자 주장들도 전했다.
A씨의 당일 행적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서울신문(“구명조끼 안 입었고 슬리퍼 누구건지 몰라”...軍과 다른 선원 증언)은 “A씨가 승선했던 무궁화 10호가 목포로 복귀하면서 해양경찰 등의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구명조끼 착용과 갑판의 슬리퍼 등에 대해 A씨와 같이 승선했던 동료의 엇갈린 증언이 나오면서 A씨의 당일 행적 등에 대한 의문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방부와 해경은 A씨의 슬리퍼가 선박에 남아 있었던 점과 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평소 채무 등으로 고통을 호소한 점, 국방부 첩보 등을 제시하며 월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으나 당시 발표와 배치되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 A씨가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다는 주장, A씨 것으로 추정되는 슬리퍼가 누구 것인지 모른다는 무궁화 10호 선원의 증언도 나오고 있다.
군 당국이 처음 A씨와 관련해 입수한 첩보는 북한 통신신호를 감청한 정보 등으로 알려졌다. 서울신문 사설(속수무책 軍, 국민이 믿고 의지하겠나)은 “국민의 생명을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지켜내야 할 군이 자체 첩보 내용대로라면 북한 군이 A씨를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장면까지 포착하고도 속수무책으로 지켜만 봤다는 것은 어떤 항변을 하더라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시긴트(감청 등 신호정보) 첩보를 바로 활용할 경우 정보자산 노출의 부담이 크다는 점 등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다. 국민 생명보다 정보자산이 중요할 수는 없다. 대응 수단의 부재 항변도 2차적인 대응 수단, 최후의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긍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한 “군이 서둘러 A씨를 월북 기도자로 규정한 것도 미심쩍은 대목”이라며 “차제에 진상규명 차원에서 A씨의 월북 시도 논란 또한 명확히 규명돼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북한 “남, 무단침범행위 중단하라”...의도적 쟁점화? 사전포석?
한편 북한이 27일 조선중앙통신 보도 형식으로 남측에 “새로운 긴장을 유발시킬 수 있는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 무단침범행위를 즉시 중단하라”고 요구한 배경을 두고도 여러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와 군 당국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측 주장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대체로 북측이 이번 일을 계기로 관련 사안 쟁점화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한국일보(또 변수 된 NLL...무력화 작업 나선 北)는 “1953년 설정된 NLL을 놓고 침묵하다 20년 전 자기 측에 유리한 해상 군사경계선을 일방적으로 설정한 북한이 이를 다시 쟁점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다시 불거진 ‘서해 경계선’)도 “서해상 해상경계선 문제를 쟁점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측이 군사적 움직임까지 보일 경우 사건 진상규명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남북 간 긴장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봤다.
이와 관련 경향신문 사설(남북, ‘서해 갈등’보다 진상 조사∙시신 수습 힘 모아야)은 “(북한은) 자신들이 1999년 일방적으로 선포한 서해 해안경비선을 기준 삼아 서해NLL을 둘러싼 남북 갈등의 묵은 불씨를 다시 지펴서는 안 된다”며 “‘남녘 동포들에게 미안하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가 진심이라면 진상 규명과 유해 수습을 위해 남측과 힘을 모아야 한다. 이 문제를 협의할 남북 고위급 접촉도 조속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서울신문(“NLL 무력화 의도보다 南정찰강화 대비 포석” 무게)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과까지 한 마당에 북방한계선(NLL) 이슈를 재점화해 분쟁수역화하려는 의도라기보다는, 남측의 정찰활동 강화에 대비한 사전 포석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고 해석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서울신문에 “남측의 NLL 일대 수색·정찰 활동 강화에 불안감을 느끼고 견제하려는 의도일 것”이라며 “남측의 반응에 따라 NLL 문제를 본격 제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정 담론’ 주제로 기획 연재 시작한 한국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가 ‘공정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릴레이 인터뷰를 시작했다. 첫번째는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다. 한국일보는 “우리나라 지성사회를 대표하는 원로사상가”로 김 교수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조국, 추미애 전현직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공정 논란,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의사파업, 현 정부가 말하는 공정에 대한 질문에 답했다. 한국일보는 향후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주진형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장혜영 정의당 의원,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범수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등의 인터뷰 연재를 예고했다.
중앙일보 “큰 물음표, 대한민국에 묻다”라는 주제의 창간기획을 시작했다. 첫번째 물음표는 ‘편가르기는 죄인가’이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여권, 상대를 경쟁자 아닌 적으로 봐 정치적 적대감 이 정도였던 적 없어”)와, 김호기 현세대 교수(“586, 결과물에 대한 책임윤리 부족 민주∙반민주 구도로 한국정치 갈라”) 인터뷰를 함께 실었다. 중앙일보는 기획 설명글에서 “광화문과 서초동, 추미애 비판과 옹호, 구적폐와 신적폐, 토착왜구와 친북 주사파... 민주화 세력 특히 586이 집권한 이래 거대한 분단선을 마주하고 둘은 상시적 내전 상태”라며 “’문빠’, ‘태극기’에게 상대는 절멸의 대상일 뿐” “지금의 갈라짐은 한국적 현상인가. 편가르기는 죄인가”라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