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동생 의혹 키우더니 재판결과는 외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동생인 조권 씨는 지난 9월18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습니다. 조 씨는 △웅동학원 교사 채용비리(업무방해·배임수재) △허위채권·소송(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강제집행면탈) △증거인멸(증거인멸교사·범인도피)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법원은 여기서 웅동학원 교사 채용비리와 관련한 업무방해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언론은 조 전 장관이 후보자로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던 2019년 8월 검증보도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이번 조 씨의 공소내용 중 ‘허위채권·소송’ 부분은 당시 언론이 적극 쟁점화한 내용입니다. 웅동학원의 허위채권·소송이 사실로 인정되면 웅동학원 이사로 재직했던 조 전 장관에게 혐의를 연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언론이 당시 제기된 의혹을 이번엔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지상파 3사와 종편 4사의 저녁종합뉴스 보도를 모니터링했습니다.
‘조국 청문회’ 핵심 쟁점 ‘조국 동생’ 의혹
2019년 8월9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결정되었고 언론은 조 전 장관의 가족과 관련된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특히 동생 조 씨와 관련해서는 웅동학원 허위채권·소송을 비롯해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위장 이혼설을 부각하며 관심을 집중했습니다. 1996년 조 전 장관 부친과 동생은 각각 웅동학원의 16억원대 공사 수주(고려종합건설)와 하도급(고려시티개발)을 맡다가 IMF 외환위기로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채 부도가 났습니다. 이후 조 씨 부부는 2006년 코바씨앤디라는 건설사를 설립한 뒤 51억원 가량의 고려시티개발 채권(공사대금 16억과 지연이자)을 인수했다고 주장하며 웅동학원에 공사대금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웅동학원을 변론을 포기하면서 51억원의 채무를 지게 됐습니다. 그러는 중 조 전 장관의 동생이 채무변제를 위해 위장이혼을 한 것이 아니냐는 당시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의 주장과 언론 보도가 잇따랐습니다.
당시 SBS는 <변론 안 해 동생 부부 승소… ‘이사’ 조국, 몰랐나?>(2019년 8월16일)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동생 부부가 아버지가 이사장으로 있던 사학재단에 50억 원대 소송을 걸어서 이긴 사건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야당의 주장을 받아 “아버지와 동생이 학교 재단을 놓고 짜고 치는 소송을 벌였다”, “(조국 전 장관 동생의 전 부인이) 임대한 빌라에 조 후보자의 어머니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조 후보자 측이 위장이혼을 한 A씨와 위장거래를 한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KBS는 <가족 간 석연치 않은 부동산 거래 쟁점>(2019년 8월18일)에서 과거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씨가 보유했던 부산의 한 아파트를 2017년 11월 조 씨의 전 부인이 소유하고 있다면서 “이혼한 동서와 함께 흔치 않은 거래를 한 건데 빌라의 실주인이 주 후보자 부인이거나 이혼한 동서에게 빌라를 사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왜 이혼한 동서와 계속 이런 석연치 않은 거래를 했을까”라고 묻고는 “조 후보자 동생은 건설사 운영과정에 각종 소송과 채무, 세금체납 등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위장이혼 의혹이 나온다”고 덧붙였습니다.
TV조선은 <“이혼한 동생, 전처와 함께 살아”… 위장이혼?>(2019년 8월16일)에서 “동생의 프라이버시일 수도 있습니다만 이를 둘러싸고 석연찮은 재산거래가 있었다면 이 역시 조 후보자의 문제”라고 보도했습니다. MBC는 <“위장이혼” 공세… 동생 전처 “황당 억측에 수치심”>(2019년 8월19일)에서 “동생 전처 A씨에게 집을 사주는 등 부동산 거래를 하며 왕래해온 것도 위장이혼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했고 “황당한 억측이 사실인양 보도되고 자신과 아이의 사생활까지 털리고 있다”는 조 씨의 전 부인 인터뷰까지 다뤘습니다. 심지어 채널A는 <이혼 4년 뒤 시아버지 묘비에 이름 새겨>(2019년 8월20일)에서 조 전 장관 아버지의 묘비까지 보도하며 이혼한 지 4년이 지난 시점에 묘비석에 이름을 올렸다고 위장이혼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처럼 많은 보도에서 조 전 장관의 동생이 관련된 웅동학원 의혹은 마치 조 전 장관의 의혹인 양 다뤄졌습니다.
언론의 ‘동생 의혹’ 키우기, 재판 결과는 알려줬을까
웅동학원 허위채권·소송 의혹은 소위 ‘조국 사태’의 한 축을 이루고 있었지만, 법원은 ‘공사대금이 허위채권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20년 전 공사 관련자들의 증언이 엇갈렸기 때문입니다. 공판과정에서 오직 현장소장만이 ‘고려시티개발에 하도급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경리부장과 관리부장은 ‘실제 하도급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중 실제 금전출납을 담당한 경리부장 쪽이 “철근과 콘크리트 공사는 확실히 했다”, “공사대금을 결제한 적 있다”는 등 구체적인 증언을 내놓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허위채권’이 무죄가 나왔으므로 ‘허위소송’ 관련 3개 혐의도 당연히 무죄가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2020년 9월 18일 언론은 이 사건에 대한 후속보도에 소홀했습니다.
KBS, MBC, SBS는 저녁종합뉴스에서 조 씨 재판 결과를 아예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JTBC는 <조국 동생, 채용비리만 유죄… 나머지 혐의 모두 무죄>(9월18일)에서 “웅동학원에 대한 공사대금을 두고 조국 일가가 서로 짜고 소송을 한 게 아니냐는 이른바 ‘허위소송 의혹’도 1심 재판부는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검찰이 허위로 본 공사대금 채권 역시 진실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MBN은 <‘웅동학원 비리’ 조국 동생 법정 구속>(9월18일)에서 “검찰은 허위공사를 근거로 한 허위채권으로 웅동학원에 이른바 셀프소송을 내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검찰 증거만으로 허위 채권으로 단정할 수 없고, 웅동학원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며 검찰의 주장과 재판부의 판단을 나눠 설명했습니다.
재판결과 외면하고 ‘조국 SNS’ 문장 따온 TV조선·채널A
2019년 조 씨를 둘러싼 의혹 기사를 가장 많이 쏟아낸 TV조선과 채널A는 어떻게 보도했을까요. 두 방송사는 판결 결과가 나오자 가장 먼저 조 전 장관의 SNS로 달려갔습니다.
TV조선은 <조국 동생 채용비리 유죄… 법정 구속>(9월18일 장윤정 기자)를 통해 ‘채용비리 혐의 유죄’에 초점을 둘 뿐 ‘조국 사태’ 연결 고리인 ‘특경법상 배임’에 대해서는 “조씨의 7개 혐의 가운데 특경법상 배임 혐의와 증거인멸 교사, 범인도피 혐의 등은 무죄라고 판단했다”라고 전달하는데 그쳤습니다. TV조선은 사건설명에 비중을 두는 대신 “조 전 장관은 자신의 문제가 불거진 뒤 가족에 대한 저인망식 수사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이 비리가 적발됐다며 검찰을 원망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고 강조했습니다. 채널A 역시 <동생 ‘법정구속’… 검찰 탓한 조국>(9월18일 공태현 기자)에서 “조 전 장관은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검찰의 저인망 수사에서 발견된 비리’라며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라면서 조 전 장관의 반응에 중심을 두고 사건설명은 부실했습니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의 SNS 본문을 살펴보면, 검찰을 비판했다고 해석한 것은 과도해 보입니다. TV조선과 채널A가 조 전 장관이 SNS에서 ‘검찰을 원망했다’고 해석한 대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가 법무부 장관 후보가 된 후 가족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저인망수사가 전개되면서, 동생의 이 비리가 발견되었습니다. 동생은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전직 고위공직자로서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합니다. 그러나 동생입니다. 육친이고 혈친입니다. 동생은 향후 계속 반성하면서 재판에 임할 것입니다. 죗값을 치르고 자유의 몸이 되는 날까지 형으로써 수발도 하고 챙길 것입니다”
검찰 탓만 했다고 보기엔 어려운 내용이 많습니다. 우선, 유죄로 인정된 부분을 비리로 명확히 정의했고, ‘고위공직자로서 국민에게 사과드린다’고 썼습니다. 마지막 문단은 ‘그래도 가족이니 죗값을 치르고 감옥에서 나올 때 까지 챙기겠다’ 정도로 해석됩니다. 그런데 TV조선과 채널A는 한 문장만 잘라 조국 전 장관은 ‘검찰 탓만 하는 사람’ 정도로 만들고, 논란의 핵심이 된 쟁점 대신 유죄판결이 나온 부분만 강조했습니다. 교묘하게 시청자의 판단을 유도하는 보도입니다.
TV조선의 뜬금없는 ‘판사 탓’
다음 날 TV조선은 주말판 뉴스에서 해설기사 <따져보니-조국 동생, 돈 전달책보다 낮은 형량… 판사 영향?>(9월19일 김태훈 기자)를 내보내긴 했습니다. 그러나 보도내용은 판결결과 설명보다는 사실상 검찰의 항소이유서를 그대로 받아쓴 것에 가까웠습니다. TV조선 김태훈 기자는 “(사기소송) 부분이 이번에 무죄가 난 거죠?”라는 박정훈 앵커의 질문에 ‘공판 중 서로 반대되는 증언이 나왔다’는 사실은 쏙 빼고 “조 씨의 재판 과정에서 웅동중학교 신축공사 현장소장이 ‘조씨 회사에 공사를 발주한 적이 없다’고 증언해서 허위공사에 무게가 더 실렸지만, 재판부는 합리적인 의심을 완전히 배제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판단해서 ‘사기소송’ 관련 혐의는 모두 무죄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앵커는 “현장소장이면 공사 당사자인데 그런 증언만으로도 부족하다는 거군요”라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이어 앵커와 기자는 “논란이 되는 판결내용은 더 있다”며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1년6개월과 1년이 확정된 채용비리 브로커 2명보다 조 씨의 형량이 더 낮다는 것을 문제삼았습니다. 공범들에게 적용된 배임수재 혐의가 조 씨에게는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 부분은 실제로 공범들의 배임수재 혐의가 재판에서 확정된 상황이어서 실제로 상급심에서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조 전 장관에 대한 사건의 연결고리는 모두 끊어진 데다 ‘조국’을 떼고 보면 사무국장에게 채용과 관련된 직무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한 법률적 논쟁거리일 뿐입니다.
그런데 TV조선은 이를 근거로 곧바로 ‘판사 탓’을 시작합니다. 앵커가 “이번 판결을 두고 법조계에서 논란이 커지는 분위긴데, 1심 재판은 어떤 판사가 맡았습니까”라고 묻자 기자는 담당판사를 소개하며 “특이한 점은 해당 재판부가 현 정권 관련 재판을 여러 개 맡고 있다. (중략) 법조계 일각에서는 김 판사가 진보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점을 눈여겨본다고 한다. 판사 성향이 재판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냐는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앵커는 “누가 판결을 하느냐에 따라 재판결과가 달라진다면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겠죠”라고 맞장구쳤습니다. ‘우리법연구회’는 보수언론이 어떤 재판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꺼내는 단골메뉴입니다. 우리법연구회는 해체된 지 10년이나 지났고, 그 사이 정작 다른 법관단체가 큰 물의를 일으켰는데 아직도 우리법연구회 타령이라니, 누가 사법부 신뢰를 위협하고 있는지 의문일 뿐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조국 전 장관의 청문회를 앞두고 의혹이 제기된 2019년 8월16일부터 23일까지(일주일) KBS‧MBC‧SBS‧JTBC‧TV조선‧채널A‧MBN 저녁종합뉴스, 조 씨의 재판결과가 나온 2020년 9월 18일 KBS‧MBC‧SBS‧JTBC‧TV조선‧채널A‧MBN 저녁종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