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무한도전 추석특집 산내리 할머니,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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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무한도전 추석특집 산내리 할머니, 그립습니다

10년 전, MBC ‘무한도전’이 전라남도 함평군 해보면 산내리를 찾아갑니다. 2010년 9월18일자로 방송된 추석특집 ‘은혜 갚은 제비’ 편, 아마 기억하는 분도 계실 텐데요. 무도 멤버들과 산내리 할머니들이 청량한 가을 하늘 아래, 짝을 이뤄 출사를 나가고 저녁에는 ‘산내리 퀴즈왕’ 대회를 열었는데요. “사랑해” 한 마디도 연습이 필요한 어르신들의 꾸밈없는 웃음으로 잔잔한 즐거움을 안겼던 방송이었습니다. 

“(박명수 가리키며) 벼멸구라우?” “테레비가 우리 신랑이여.” “쪼까 젊었으면 가수로 나갈 것인디.”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당시 유재석씨와 함께 ‘산내리 퀴즈왕’ 공동 MC를 본 정앵순 할머니(74세)의 입담에 박수를 쳤던 기억이 있는데요, 붙잡을 수 없는 세월에 벌써 10년이 흘렀습니다. 모두 우리의 어머니, 할머니였습니다. 어르신들은 잘 지내고 계실까요. 

▲2010년 9월18일 방송된 MBC ▲2010년 9월18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은혜 갚은 제비편의 한 장면.

지난달 28일, 10년 전에도 이장이셨던 이광년 산내리 이장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장님 말씀에 따르면 10년 전 ‘산내리 퀴즈왕’에 참가했던 어르신들 모두 잘 계시는데, 안타깝게도 정앵순 할머니만 2년 전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이장님은 “예전보다 마을 사람도 많이 줄었어요. 나이들을 많이 자셨어요. 인자 방에만 계시고, 어디 활동을 안 하는 분들이 많아요. 세월이 가면 어쩔 수 있나…”라고 말씀하셨어요. 

이장님은 정앵순 할머니에게 ‘변호사’라는 별명을 지어준 분인데요, 처음에는 왜 그런 별명을 지었냐며 호되게 한 소리 얻어들었지만, 무한도전 방송 뒤에는 “이장이 별명을 지어줘서 재밌게 잘 지냈다”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할머니들은 옛날 무한도전 방송 얘기를 하면서 “죽는다고 웃고”, 그렇게 10년 전을 추억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장님은 요즘도 정앵순 할머니의 빈자리가 자주 느껴진다고 합니다.  

코로나19 이후, 마을 풍경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할머니들이 점당 10원짜리 화투도 치고, 이야기꽃을 피우던 경로당이 폐쇄됐습니다. 이번 추석에는 코로나 때문에 다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자식들에게 전화하셨다고 합니다. 정귀님 할머니, 김현순 할머니, 장종수 할아버지, 윤영숙 할머니, 박현구 할아버지, 장복님 할머니, 그리고 故 정앵순 할머니 모두 10년 전 산내리에서의 그 웃음 그대로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추석인 오늘 우리의 고향, 우리 부모님의 고향인 농촌은 10년 전에 비해 더 쓸쓸합니다. 마을에는 노인들만 남고 더 이상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9년 12월1일 기준 농촌에서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46.6%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고령 인구 비율(14.9%)의 3배 수준입니다. 농가 경영주의 45.8%는 70세 이상이라고 합니다. 

▲▲2010년 9월18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은혜 갚은 제비편의 한 장면. 
▲▲2010년 9월18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은혜 갚은 제비편의 한 장면.

고령에 따른 농업 포기 등으로 전년보다 농가 인구는 7만 명 줄었습니다. 이제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농가 인구 비율은 4.3%에 불과합니다. 농가 인구는 70세 이상과 60대는 증가한 반면, 50대 이하에서는 모두 감소세라고 합니다. 농축산물 판매 금액이 연간 1000만 원 미만인 농가는 65만8000여 가구(65.3%)인 반면, 1억 원 이상인 농가는 3만5000여 가구(3.5%)에 그쳤다고 합니다. 우리 농촌의 현실입니다. 

산내리 어르신들이 계신 지역 인구는 감소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1일 호남지방통계청의 ‘통계로 보는 전라남도 고령자의 삶’ 자료에 따르면 전남지역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은 2000년 13.6%, 2020년 23.1%, 2040년 42%로 예측됐습니다. 새로 진입하는 젊은 인구가 없기 때문입니다. 전라남도는 고령자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인데요, 최근 전라남도는 2037년 도내 인구수를 168만 명으로 전망했습니다. 전남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10년 전 ‘무한도전’ 산내리 편 제목은 왜 ‘은혜 갚은 제비’였을까요. 10년 전 무도 멤버들은 연미복(제비 꼬리를 모방해 제작한 남성용 예복)을 입고 산내리에 도착해 고향의 마음을 느끼고 돌아가는데요, ‘은혜 갚은 제비’는 자신의 다리를 치료해준 흥부에게 이듬해 박씨를 물어다 준 ‘흥부전’의 제비를 떠올리게 합니다. 아마도 흥부전의 제비처럼, 우리를 키워낸 고향을 잊지 말고 기억하고, 다시 찾아와 달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던 것 같습니다. 

50대 이상이라면 처마 밑에 집 짓고 살던 제비를 기억하는 분이 제법 많을 텐데요, 지금은 시골에서도 제비를 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멸종 위기라고 합니다. 철새인 제비는 때가 되면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찾아오는 귀소본능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돌아갈 고향이 사라진다면, 제비는 돌아올 수 있을까요. 도시 속에서 정신없이 사는 우리에겐, 돌아갈 고향이 있을까요. 10년이 지난 지금, 추석을 맞아 다시금 산내리 어르신들을 떠올리는 이유입니다. 

▲▲2010년 9월18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은혜 갚은 제비편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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