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울엄마 20살에 나 낳으셨음
나 4살쯤 시골에 할머니 할아버지랑 살때 엄마 아버지는
대구 월배에 셋방 살면서 주말에 잠깐 시골에 나보러 왔다가
일요일 저녁에 아버지는 성서공단으로 어머니는 섬유공장으로
그렇게 버스 막차끊기기전에 허겁지겁 가셔야 했다.
울엄마가 말하길 그때의 나는 엄마가 옷을 갈아입으면
헤어져야할 시간이란걸 그 나이에 깨닫고 혼자 방에들어가서
이불 속에 머리를 파묻고 서럽게도 울었단다.
그거를 본 엄마는 도무지 발이 안떨어져서
결국에는 막차 버스를 놓치고 택시를 붙잡고 가는길에
엄마도 택시 뒷자리에 기대어 울면서 대구로 향했다고 하더라.
그때 울엄마 나이 24살이었다.
엄마한테 20대는 없었던거임
지금 24살이 하고자 하는 것들.
누군가에게는 연애나 여행이겠고 누군가에게는
공부나 취업전선에 뛰어들기위해 집중하고 있을나이에
울엄마는 4살짜리 아들을 집에두고
계절 상관없이 푹푹찌는 염색공장에서
작업반장이 나눠주는 소금 먹으면서 20대를 보냈었다.
현재 나는 수도권으로 올라와서 일을 하고 있지만
최소 2주에 한번은 시골에 내려간다.
무너진 우리 엄마 청춘 돌려주려고.
다만 이걸 깨달은게 너무 늦은것 같아 불안하고
그 불안감 때문에 엄마랑 더욱 즐겁게 논다.
집앞에서 운동하자며 무반주로 춤을 추고
괜히 살 것도 없으면서 엄마 데리고 장보러 나간다.
지금 개드립 하고 있는 30대 개붕이들도 부잣집 아닌이상
부모님들 모두 저런 비슷한 삶을 사셨을거라 생각한다.
부모한테 잘하라고 누굴 나무랄 수 있는 자격은 못되고
그냥 엄마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