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식주의) 현호 트젠이랑 야스한 썰 (장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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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중후반 젊은 혈기와 욕정이 하늘을 뚫던 시절, 헌팅 및 까대기에 현호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여름만 되면 해운대에 본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와 친구들은 우리 엄마가 손님들오면 내어주는 달맞이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묵으며 매일같이 해수욕장으로가 까대기를 쳐댔는데, 전국에서 사람이 몰리니만큼 별에 별 사람이 다 있었다. 현호의 바이블에 따르면 칠팔백 3대장을 조심해야하며
1. 발찌한 문신녀 (직업여성일확률 70%)
2. 탈색녀 (성병있을 확률 80%)
3. 토시녀 (자해흉터 있을 확률 100%)
그런가하면 반드시 잡아야 하는 칠팔백 3대장이 있었으니
1. 원피스수영복 (첫경험일 확률 70%)
2. 4인이상여파티 (대학생일확률 80%)
3. 외제차녀 (부자일 확률 100%)
위와같았다. 그렇게 매일같이 현호를 앞세워 나와 진형이, 재호는 낮에는 물놀이 밤에는 까대기를 치며 매일 인생을 녹이고 있었다. 몰론 까대기를 친다고 다 되는건 아니었고 현호새끼는 치사하게 솔플로 돌고싶어했지만 그 꼴은 또 우리가 못보기때문에 애견숍에서 목줄을 하나 사다가 현호 목에 걸어놓고 밤바다를 거닐곤 했다.
잘생긴놈 목에 목줄을 하고 돌아다니고 있으면 으레 여자애들이 와서 뭐에여~왜 목줄하고 있어여~하고 물어보고 우리는 헌팅해오라고 산책시키는중이에여 우리랑 같이 술한잔 해주면 풀어줄거임 같은 루틴으로 매일같이 까대기를 치곤 했는데 하루는 경북대를 다니는 대구 아가씨 셋과 쪼인이돼 미포횟집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분위기를 띄우고 속으로 야스각이다를 외치며 인생 갈아넣은 텐션으로 분위기를 살리고 있는데 아가씨들 외모가 마음에 안든건지 아니면 쪽수가 안맞아 나간건지, 혹은 자신을 고급미끼정도로 생각하는 우리에게 염증을 느낀건지 현호는 혼자 슬쩍 나오게 된다.
그렇게 담배나 피우며 미포산책을 하는데 저기 미포 끝에서 부둣가에 위태롭게 쭈그려 앉아 긴머리는 땅에닿을정도로 길고 세상고독은 다씹어먹은것 같은 아가씨가 담배를 태우고 있더란다. 영화광인 현호는 특히 레옹을 좋아해 아글레오레마로 자취방을 수목원으로 만드는 기행을 펼치곤했는데 꼭 그 아가씨 모양새가 레옹에 나오는 나탈리포트만이 계단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것처럼 보여 홀리듯이 그 옆에 앉았다.
표정으로 물음표를 날리는 아가씨에게 불이 없어 빌리러왔다며 불을 빌린후에 말없이 둘이 10분을 달만보며 앉아있었더랜다. 그리고 현호가 커피한잔 할래여? 라고 묻자 아가씨는 말없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오랜만에 자기와 티타임을 거부한 아가씨를 만나자 마치 중딩으로 돌아간것같이 초조해진 현호는 그럼 코코아 마실래여? 라고 묻자 아가씨는 빵터졌고 낮은목소리로 후회할텐데? 라며 현호에게 대답했다.
이때 현호는 이 아가씨가 트젠인것을 눈치챘다. 하지만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 그리고 호기심에 동해 53사단 출신만 아니면 돼여 라는 쌉드립을 쳤고 아가씨는 환하게 웃으며 아니야~라며 현호를 따라나섰다. 그리곤 언덕위의집으로가 현호는 배려깊게도 아무것도 묻지않고 그냥 요즘 사는얘기, 연예인 얘기나 하다가 영화얘기가 나왔는데 마침 이 아가씨도 영화광이라 둘이 레스토랑 문닫는지도 모르고 영화 얘기를 하다 나왔더랬다.
솔직히 현호 친구라곤 우리 여섯이 다고 고딩때부터 영화얘기만 하면 꼽을 주면서 쌉소리하지말라고 했던 우리크루안에서 현호의 영화에 대한 교감을 채워줄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스무살땐가 현호생일에 현호자취방을 갔더니 로마의휴일을 틀어줘 앞에 5분보고 다같이 잠이들자 실망하던 모습이 아직 기억에 남아있다. 살면서 처음 자신의 취미를 알아주고 교감해주는 아가씨를 만나자 현호는 이 아가씨에게 빠져들었고 그날 아가씨집에서 밤을 새게된다.
트랜스젠더라고해서 목소리좀 낮은것 빼고는 별 다른것도 없다는것을 느낀 현호는 이 아가씨와 교제를 시작했는데 어린나이에 어디 공개연애는 못하고 우리에게 비밀로 한채 몰래몰래 비밀연애를 하게 됐다. 한달만 만나봐야지 했던 연애는 두달이되고 세달이 지나 일년을 넘게 사귀게 됐는데 1년이 넘은 비밀연애에 지친 현호는 결국 나에게 이 사실을 얘기하고 아가씨에게도 공개연애를 하자고 조르게 된다.
하지만 아가씨는 자기는 지금이 좋다며 거부했고 이런 의견차이로 둘 사이에 크고작은 싸움이 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현호에게 맡겼던 아가씨는 무슨일인지 공개연애에 관해서는 본인 의견을 끝까지 고수했고 현호 또한 이에 상처를 많이 받았는데 결국 현호는 아가씨에게 이번 추석에 아가씨의 부모님에게 자신을 소개시켜주지 않으면 헤어질것을 각오하라며 으름장을 놨다.
현호와 헤어짐과 공개연애를 고민하던 아가씨는 겨우 자기 부모님과 식사까지만 허락하고 자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현호는 최대한 건실하게 보이려 그 자리에 나가서 아가씨 부모님께 씩씩하게 인사를 하고 둘사이를 인정받겠다는 의지로 자리에 앉았건만 자리이 앉자마자 아가씨부모님은 젊은 사람이 인생망치고 싶어 이런자리를 만들었냐며, 차라리 못생기고 키작은 사람이면 둘의 행복을 빌어주려했다는것, 자기네와같이 비참한 부모 하나 더 만들고 싶지 않다는 것, 이 연애는 결코 허락할 수 없으니 너도 미친거아니면 젊은사람앞길 망치지말고 당장 헤어지라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떴다.
벙쪄있는 현호에게 아가씨는 이제알겠지?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고 현호는 갑자기 꿈에서 깬듯한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안잡으면 다시는 아가씨를 못볼것같아 달려나가 아가씨를 잡으려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가씨의 뒷모습을 보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더란다. 아가씨는 돌아서서 움직이지 못하는 현호를 보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고 현호는 그렇게 수많은 이별중에 하나를 했다.
그 뒤로 현호는 미친듯이 여자만 찾던 과거를 청산하고 예전에 있던 가벼움을 벗기시작했다. 말수가 적어졌고 웃음에는 그늘이 보이기도 했다. 그 사정을 아는 나는 가끔 현호와 술한잔하며 위로해줬지만 그 마음속을 헤아리기는 어려웠다. 한 1년정도를 정신나간사람처럼 넋을 빼고 살더니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그 영화속 주인공은 못생기고 연애한번 해본적 없는 모쏠이었고 여주인공은 남자들이 우상으로 모시고 따르는 퀸카였는데 그 둘이 영화라는 취미로 이어져 연애를 하다가 세상의 편견과 조롱을 이겨내고 마지막에는 결혼을 하는 흔한 시나리오였다.
(재희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