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선생하다가 현타와서 그만둔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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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선생하다가 현타와서 그만둔 썰

필사모 0 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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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경 학원가 앞 모습. 저거 전부 학원 셔틀버스임. (사진은 내쪽 학원가랑 무관)

 

 

 

지방의 모 입시 학원에서 선생하다가 현타와서 그만뒀다.

 

나는 옛날부터 애들 가르치는게 체질적으로 잘맞았다고 생각했고, 대학도 사범대학으로 진학하려고 생각했었다.

학교 선생은 나의 천직이다 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물론 대학은 기계공학과로 갔지만,

 

그러다가 요번에 코로나도 터지고 취업도 안되고 해서, 그나마 적성 살려서 일할 수 있는 학원가를 기웃기웃했고,

마침 지방 모 도시에서 선생 구한다길래 면접 보고 합격해서 일하기 시작했다.

주 5일 하루 8시간. 토일 휴무. 나름 괜찮은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주 5일 하루 8시간 강의에 250준다고 그랬었거든.

 

그쪽 동네가 지방에서도 좀 알아주는 꽤나 부자들 사는 동네였던 걸로 기억함.

지방인데 10억 넘어가는 아파트들 있고, 후덜덜함.

그래서 오는 학생들이 대부분 S사나 L사 자제들이거나, 부모가 크게 사업하는 사람들이거나, 의사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더라. 

그래서 학생들도 당연히 자기는 S사에 들어가야 하고, 과고에 들어가야 하고, 당연히 의사가 되야 한다고 생각하는 애들이 많았음.

 

 

근데 학원은 거의 대부분이, 자기 담당하는 반 애들 학부모 상담 돌려야 됨. 

그래서 주말에는 40명 정도 되는 애들 학부모 상담하느라 시간 다 씀. 사실 상 주말이 없는 셈이지. 

상담도 내 핸드폰으로 하고, 상담 시간은 월급에 안들어감. 

 

한분 한분 상담 돌리는데,

엄마들 중에서는 선생 바뀌었다니까 아예 대놓고 나한테 '예전 선생님은 언제 오세요?', '아.. 바뀌었어요?.. 예전 선생님이 안하시고?' 

전화에다 대고 얘기하더라. 그러면서 '음. 이번 한달만 더 지켜볼게요.' 이러기도 하고.

진짜 한달 뒤에 바로 학원 끊더라. 

어떤 엄마는 학생이 중1인데 '우리 애가 과고를 꼭 가야해서요.'하면서 성적 떨어지기만 하면 안절부절 못하고 다른 학원으로 옮기는 엄마도 있었고..

 

성적이 조금만 떨어지거나 학원 그만 두는 애들 생기면 원장이 압박 엄청 넣는다.

그 중압감 갑자기 몰려오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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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담당하는데, 

어느 날엔 초등학생 수업에 들어가니까 5학년 짜리 애들이 자기들끼리 40층 어쩌고 저쩌고 얘기하더라.

보니까 자기들 사는 아파트 얘기하는 거였는데, 둘이 같은 아파트에 사는거 같더라고.

근데 한 애가 '근데 너넨 전세잖아. 우린 매매로 산거야.' 이러더라. 악의는 없었겠지만, 참 보면서 뒷통수 맞은 거 같은 느낌이었다.

벌써부터 경쟁사회에 물든건지 모르겠지만, 그게 초등학교 애들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었던거 같은데..

 

 

지난 번엔 초등학교 5학년 애가 수업 중에 졸길래, 물어보니까, 

자기가 학원 숙제하다가 새벽 4시 되서야 잘 수 있었다더라. 

아침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학원만 다닌다고 하더라. 그래서 우리 학원 오는 시간대 (오후 5시임) 엔 항상 점심을 못먹어서 배고프다고 얘기하고.

그래서 내가 '너는 그럼 언제 점심 먹어?'이러니까 '몰라요. 정해진 시간은 없어요. 밤에 집에 들어가면 그 때 먹어요 보통.' 이러더라고..

 

초등학생 애들한테 '주말에는 뭐하고 놀아?' 이렇게 물어봐도 '주말에 놀 시간이 없는데요. 주말이 더 바빠요. 학원가느라고'. 

애들 스케줄 하나하나 다 들어봐도 주말은 아침부터 밤까지 학원만 다니더라.

 

 

초등학생때부터 맨날 학원에 붙잡혀서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이 사는 모습 보니까 안쓰럽더라고.. 

그러면서 저렇게 학원을 많이 다니면서도, 내가 '너네들 꿈이 뭔지 말해볼래?' 이렇게 물어보면, 100이면 100 꿈이 없다고 얘기한다. 

 

근데 이게 초등학생들 뿐만이 아니야.

내가 담당하는 모든 학생들이 다 기본적으로 하루에 학원 5개 이상은 다니더라.

무엇을 위해서 애들이 그렇게 고생하는걸까.

S사에 들어가기 위해서?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학원비만 한달에 기본으로 150 들어간다더라.

 

내가 볼때 얘네들은 영재가 아니야. 영재도 아니고, 걔 중에선 머리가 안되는 애들도 많아. 

근데 왜 부모들은 자꾸만 지들 자녀들이 영재라고 뛰어나다고 그런 소리들을 하는걸까?

문제 하나도 못 풀면서 빌빌거리고 있는 애들이 한둘이 아닌데, 도대체 그 영재 소리는 어디서 들어서 자기들만의 착각에 빠져서

학원만 보내면 장땡이겠지 이렇게 생각하는걸까?

 

 

이게 정상적인 교육 사회인건가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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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들이랑 상담 전화 해보면서도 느낀건 엄마들 치맛바람이 장난 아니라는거였는데.

경쟁사회에서 다른 애들보다 조금이라도 뒤쳐지는 거 같으면, 안절부절못하고 어떡하지 어떡하지 이러고 있는 모습들 볼때마다,

이거 일종의 한국 엄마들이 가지고 있는 정신병인가? 싶을 정도였다.

 

애가 아직 초등학생인데 '지금이면 늦었다' 라고 말하는게 정상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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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쟁적인 교육 사회에 지친걸까. 지방이 이 정도니, 서울 대치동은 더 하면 더 하겠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안좋은 모습들을 많이 봐서, 현타 많이 와서 지쳐서 2주 전에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리고 어제 마지막 보충수업 하고 나왔다.

나오니까 마음 편해. 더 이상 전화상담에서 치맛바람 엄마들 구색 안 맞춰줘도 되고,. 

 

나는 아까도 얘기했지만 아이들 가르치는건 정말 좋아해. 강사 처음에 시작할 때는 아이들만 잘 가르치면 되는줄 알았어.

근데 그게 아니더라. 아이들 맨날 엄마들 치맛바람에 힘들어 하는 모습 보면 이 일에 현타 많이 느낀다.

 

 

내가 이번에 느낀건, 이게 한국 사회 전반적인 교육열인거 같고,.. 뉴스에서 얼핏 들었던 교육열 그 이상으로 상상 이상이었던 거 같다.

물론 우리나라는 자원도 없는 나라니 교육으로 먹고 살아야 한다지만 이건 너무 심한게 아닌가 싶다.

 

 

 

여기서 애를 키워봤자 애들만 버릴 거 같고, 내가 한국에서 애를 키워도 애들이 사는게 사는걸까 생각해서, 

해외로 취업 준비 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선 나중에 내 2세가 행복을 찾지 못할 거 같아.

 

지금은 용접 쪽으로 알아보고 있어. 용접 기사 예전에 따놓은게 하나 있어서, 그걸로 알아보는 중이야.

차라리 호주에서 내가 더 힘든 일을 하더라도, 아이를 키우면 더 행복할 거 같아서.

그래서 호주 용접공 구하는 기업에 영어 테스트 합격하고 지금 1차 면접 합격해서 2차 면접 기다리는 중이야.

 

만약, 한국에서 취업해서, 한국에서 살더라도 애는 안 키울래. 

 

두서 없는 글 봐줘서 고맙고, 여러분들도 모두 취뽀 하길 바랄게.

오늘 하루도 행복하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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