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하소연 할 곳이 없어서 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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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하소연 할 곳이 없어서 글 쓴다.

필사모 0 284

 

유개는 유머 게시판인거 알지만

이런 글 써서 미안하다.

폰으로 써서 읽기 불편할 지 모르겠다.

오늘 너무 힘들다.

한번만 봐줘라.

붑업 달게 받는다.

 

 

 치매 초기 할머님이랑 같이 사는 개붕이다.

오늘 할머님이 아프셨다.

지금 응급실 가셨다.

체하신 것 같은데 뭘 드셨는지 잊어버리셔서 원인 추적도 안된다.

 

 

 내가 할 수 있는게 별게 없더라.

코로나 씨발것 때문에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할머님 모시고 마실 나가던 것도 못하게 됐다.

덕분에 치매 진행속도가 좀 더 빨라졌다.

몸이 아프시다보니 푸념과 불만이 늘어나셨고 그건 나한테 쏟아졌다.

 '이젠 죽을 때가 되었다.' 같은 말부터 시작해서, 이전에 섭섭했던 사람들에 대한 감정들이 나에게 흘러들어왔다.

그런 말을 할 사람이, 들어줄 사람이 나 밖에 없어서겠지.

 이해한다.

할머님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지쳐가는 것과는 별개로.

 

 

 평소에도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길까 난 집에서 항상 대기하는 상태다.

주중에는 밥은 내가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점심 저녁은 내가 차린다.

8시쯤 일어나서 일부러 밍기적거린다.

10시쯤 되면 내려가서 할머님과 이야기를 하고.

11시가 넘으면 점심 준비를 한다.

12~13시 정도면 밥을 먹는다.

그러고 별 일이 없으면 내 방으로 들어가거나, 삼십분에서 한시간 정도는 할머님과 이야기를 나눈다.

방으로 돌아오면 잠시 휴식이다.

일주일에 한두번은 할머님이 부르시니 다시 내려간다.

잠깐 쉬었다가 4시 정도가 되면 할머님과 다시 이야기를 나눈다.

5시가 되면 저녁을 준비한다.

저녁은 6~7시 정도에 먹는다.

부모님이 바쁘시지 않다면 저녁을 먹을때 돌아오신다.

(늦으시면 10시가 넘는 경우도 있지만)

저녁을 먹고 난 내 방으로 돌아온다.

우스갯소리로 난 이걸 퇴근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일주일에 두세번은 방에 올라와서도 다시 내려갈 일이 생기거나, 할머님이 올라오신다.

통상적으로 30분~1시간 정도 걸린다.

그런 일은 밤에 생길 수도 있고 새벽에 생길 수도 있다.

 

 

 위에서 말했듯이 오늘 할머님이 아프셨다.

체하신 것 같더라.

구토를 하시더라.

분명 드신게 없다고 말씀하시지만, 식사를 하시고도 안하셨다고 하시는 분이니 뭘 드셨는지 추적이 안된다.

회복되시는 듯 하시다가 다시 구토를 하셨다.

그래서 아버지는 할머님을 모시고 응급실로 가셨다.

 

 

 난 이미 한계다.

내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도 밍기적거리는 이유는.

그럼 당연스럽게 아침 또한 내가 준비하게 될 테고,

그와 동시에 할머님을 보살피는 시간은 늘어날 테고, 

사이가 좋지 못한 할머님과 아버지의 다툼거리를 중재하고 있을 것이고,

난 더 지쳐갈거다.

도저히 그것만은 못하겠어서 아침에 밍기적거린다.

 

 

 이런 삶이 나쁜 것 만은 아니다.

밥을 하다 보니 음식하는 솜씨가 늘었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고,

인내심이 늘었고,

누군가의 변덕에 익숙해졌다.

심지어 다른 사람이 말 같지도 않은 개소리를 지껄이고, 좆같은 짓거리를 하고 있어도 

그래 무슨 사정이 있겠지.

씨발 무슨 사정이 있어서 그러는 거겠지.

씨발 어쨌든 사정이 있는거겠지. 그 좆빠는 사정이 뭔지를 몰라도.

이렇게 세번 정도는 남을 이해하려는 습관도 들었다.

그래서인지 다른사람들에게 더 정중해졌고.

 

 

물론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해서 이력서에 한줄도 못채우는 인생이 합리화되지는 않겠지.

친구 한놈은 중견 인턴 뛰고 있고.

한놈은 취직했다.

나만 어릴때 삽질해서 이런지 모르겠다.

내가 존나 좆같이 살아와서 지금 이 꼬라지인가 싶어서 자괴감이 조지는 매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뿌린대로 거둔다라는 말이 참 싫더라.

누군가의 인생이 존나 힘들 수 있다.

그게 지가 잘못했던 운이 안좋았던.

근데 그걸 그저 그 사람의 잘못으로 단정하는 말이라서.

존나 잔인한 말이라고 느껴지더라.

 

 

모르겠다.

어렸을땐 사는 게 재밌었고.

대가리가 좀 굵어지는 듯 할때는 사는 게 지루했고.

갓 스물 되었을 땐 사는 게 별거 없다고 생각했고.

제대하니까 사는 게 어렵다고 느꼈고.

이제는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느낀다.

 

 

담배만 늘어간다.

개드립 흡연자 싫어하는거 안다.

미안하다 흡연자라.

그래도 존나 으슥한데 들어가서 피우고, 휴대용 재떨이 들고 다닌다.

금연구역에선 안핀다.

길빵하는 새끼들 보이면 야리면서 꼽주고, 근처에서 같이 피는 양반 있으믄 담배꽁초 버리지 말고 내 재떨이에 같이 버리라고 한다. 꽁초도 줍고 다니고.

 

 

붐업 달게 받는다.

미안하다.

씨발 사는게 좆같아서 똥글 쌌다.

미안하다.

 

 

다행히 방금 전화와서 할머님 괜찮으시다고 한다.

니들 가족은 안아팠으면 좋겠다.

잘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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